[인사이드&인사이트]글로벌 조선-해운사, 선박 대체연료 ‘친환경 주도권’ 다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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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친환경 연료 패권’ 경쟁

김재형 산업1부 기자
김재형 산업1부 기자
《친환경 바람이 바다 위에서도 거세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연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2% 이상을 배출하는 선박의 ‘탄소 중립’을 위해 각종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IMO는 기구의 사무총장이 ‘바다의 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해운 업계는 물론이고 해운업의 후방 산업인 조선업계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탈(脫)탄소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선박의 대체 연료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업계의 명운(命運)을 건 화두가 됐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차기 연료가 사실상 전기차로 굳어진 자동차 업계와는 달리, 선박용으로는 다양한 저탄소 및 무탄소 연료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선박유(벙커C유)를 대체할 연료로는 현재 액화천연가스(LNG)와 메탄올(이상 저탄소 연료), 암모니아 등이 거론된다.》






● 강화하는 탄소 규제…IMO, 2050년까지 ‘탄소중립’ 전망

LNG는 최종적으로 수소 선박으로 가는 길목에서 해운 업계가 주목하던 브리지(연결) 연료다. 4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 업체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초 기준 전 세계 대체 연료 선박의 발주량은 전체의 30.7%인 277척이다. 이 중 LNG추진선의 발주량은 194척으로 메탄올선(76척)의 두 배 이상으로 많다.

하지만 탄소 중립 시계가 빨라지면서 LNG에 무게를 싣던 업체들의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의견이 많다. 다음 달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릴 IMO의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국제 해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대폭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7억9400만 t 대비 50% 수준으로 낮추는 기존 목표치가 이번에 100%로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도입 등 경제적 조치들의 도입 여부 등에 대해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연료 채집·채굴·유통에서 선상에서 연소할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모두 고려하는 전과정평가(LCA)의 도입 여부도 다뤄진다. 전준수 서강대 명예교수는 “IMO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는 방향으로 감축 목표치를 높이는 게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라며 “이에 대한 대응 전략에 따라 업체의 생존 여부가 결정될 민감한 시기”라고 말했다.

● 메탄올 생태계 조성에 속도 내는 머스크…‘신중론’ MSC

글로벌 선사 중 대체 연료 선박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차기 선박으로 메탄올 추진선을 선택한 덴마크 선사 머스크(지난해 선복량 2위)이다. 메탄올은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SOx)은 99%, 질소산화물(NOx)은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반면 가격은 LNG 대비 더 비싸게 판매되는 장단점을 지닌다.

머스크는 2021년 글로벌 선사 중 가장 먼저 HD현대중공업에 메탄올을 추진연료(이중연료)로 쓰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발주를 넣은 이후 내년부터 인도를 받게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머스크가 발주한 메탄올 추진선은 19척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지난해 초 ‘넷제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탄소 중립 목표 시점을 기존 2050년에서 2040년으로 10년을 단축했다. 그해 8월에는 중국 바이오에너지 기업인 데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녹색 메탄올’을 확보하면서 메탄올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머스크와 함께 선복량에서 1, 2위를 다투는 스위스 선사 MSC(지난해 1위)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MSC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메탄올 연구소’에 회원으로 참가하며 메탄올을 차기 선박으로 내정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직 메탄올 추진선은 단 한 척도 발주하지 않은 대신 LNG 추진선은 58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 선사이자 선복량 3위인 CMA CGM은 지난해 8월 중국 다롄 조선에 1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하는 등 지금까지 메탄올을 연료로 하는 선박 18척의 건조 계약을 발주했다. 한편으론 LNG 추진선 또한 42척을 건조하고 있어 암모니아 선박이 상용화되기 전 다양한 대체 연료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탄소 연료인 암모니아 추진 선박은 독일 선박용 엔진 제조사 만(MAN)이 엔진 개발을 내년에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건조에는 연료원 확보와 벙커링선, 터미널 확보 등의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가 따른다”라며 “머스크는 선도적으로 메탄올 생태계를 꾸리며 차기 해운 네트워크의 주도권을 가지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친환경 패러다임 전쟁 주도하는 한국 해운·조선

한국 해운·조선사들은 준수한 친환경 전환 성적표를 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HMM은 메탄올 추진선 9척을 발주하며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에 첫발을 뗐다. 초대형 메탄올 추진 선박의 건조 계약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따낸 국내 조선사들은 암모니아 추진선 또한 중국 등의 경쟁국을 제치고 가장 먼저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국적 선사 HMM은 최근 화물운송 분야 탄소 감축을 위한 협의체 클린 카고(Clean Cargo)의 온실가스 배출 실적 보고서에서 지난해 아시아-유럽 구간에서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한 선사로 선정됐다. 노르웨이 컨테이너운임 분석업체 ‘제네타’의 올해 1분기(1∼3월) 탄소배출지수(CEI) 조사 결과에서도 HMM은 동아시아-미국 서안 구간에서 CEI 스코어 56.2를 기록하며 15개 선사 중 1위를 차지했다.

HD현대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 선박 수주량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친환경 선박 발주량(2606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절반가량인 1312만 CGT를 수주했다. 지난해까진 주로 LNG 추진선 비중이 높았지만 올해는 메탄올 추진선 수주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2050년까지 해운 부문 탄소 중립을 달성하며 해운 선복량 글로벌 4위인 한국 해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8조 원, 2050년까지는 7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김창욱 한국선급 전문위원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암모니아 선박의 상용화 준비도 국내 조선사가 가장 빠른 편”이라며 “다양한 대체 연료가 자웅을 겨룰 이 시기는 해운, 조선업으로선 또 다른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산업1부 기자 monami@donga.com


#선박 대체연료#친환경 주도권#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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