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란재판부법 상정]
與, 위헌 논란 커지자 또 수정
외부인 추천→법관대표회의 추천→ 추천위 없이 법원서 자체 구성으로
“예규 언제든 바뀔수 있어 입법 필요”
필버 시작되자… 본회의장 빠져나가는 與의원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작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다수당이 판사를 입맛대로 골라 원하는 재판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악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상정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최종안은 내란 사건을 맡을 전담재판부를 법원 내부에서 정하도록 규정했다. 당초 법원이 자체 구성하는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추진하던 민주당이 위헌 논란이 커지자 별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재판부를 추천하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이날 민주당이 상정한 최종안에 따르면 내란전담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및 서울고법 판사회의에서 전담재판부 보임 기준 등을 정하면 이에 맞춰 사무분담위원회가 재판사무분담을 진행한 뒤 판사회의가 의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당초 민주당은 법무부 장관 등 외부 인사를 통해 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이들이 추천한 판사들로 재판부를 구성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검찰을 통해 기소권을 쥔 법무부 등이 법원 사건 배당에 개입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전국법관대표회의와 판사회의로만 후보자추천위를 구성하는 안으로 한 차례 법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다시 수정한 것은 18일 대법원이 뒤늦게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내놓은 가운데 전국법관대표회의로 추천위를 구성하는 1차 수정안 역시 위헌 소지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결국 민주당이 상정한 최종안은 내란사건 관련 영장심사를 전담할 영장법관을 별도로 두도록 한 것과 원칙적으로 재판을 중계하도록 한 조항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법원 예규와 같은 내용이라는 지적이다. 내란범에 대한 사면·복권을 제한하고 구속 기간을 기존의 두 배인 1년으로 연장하는 내용 역시 위헌 논란 속에 최종안에서는 모두 빠졌다.
법조계에선 신속한 재판을 위해서라면 대법원 예규를 신속하게 시행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부장판사는 “내란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법이 개정돼 위헌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법원 예규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만큼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당초 검토 과정에선 내란전담재판부 법관을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지만 최종안에선 이를 삭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불신 때문에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안은 조 대법원장의 관여를 철저하게 배제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많은 지적이 있었다”며 “그에 따라 최종안에는 대법원장의 관여를 아예 삭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법안 처리의 실익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대법원 예규로 민주당의 당초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감수하고 민생법안에 앞서 이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실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법을 가져와 토론하고 그래도 안 되면 후퇴해 처음부터 논의해야 했다”며 “누더기는 아무리 기워도 누더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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