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합당 시기-방법 담긴 ‘대외비 문건‘ 공개 파장
강득구 “정청래 지시-조국과 논의 여부 등 다 밝혀라”
한준호 “긴급의총 소집해야” 황명선 “당원투표는 요식행위”
민주당 “실무차원 작성”…조국당 “통지-협의 없었다”
국힘 “집권세력 권력투쟁의 민낯 적나라하게 드러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026.2.4/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추진 계획이 담긴 문건이 공개된 이후 정치권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선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해명 요구가 쏟아졌다. 한준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공식 요구했다. 민주당은 실무적 차원에서 과거 합당 사례를 정리한 문건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 문건 보도에 “밀약” “답정너 합당” 반발
이날 본보는 민주당 사무처가 작성한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을 입수해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2월 27일 또는 3월 3일까지 합당 신고를 마치고 조국혁신당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을 배분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합당 시기와 방법 등이 명시돼 있다. 이는 2014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의 ‘합당 방식’이 아닌 2021년 열린민주당 때처럼 ‘흡수 합당’을 모델로 삼고 있는 셈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득구 최고위원이 발언하는 가운데 생각에 잠겨있다. 2026.2.2 뉴스1 해당 문건 내용이 보도된 뒤 파장이 일었다. 당장 정 대표가 참석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에 반대했던 의원들은 정 대표 면전에서 문건을 언급하며 공개 비판했다.
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금 당장 대표의 해명이 필요하고 당장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며 “대표의 지시였는지, 작성 시점이 언제였는지, 이것과 관련해 조국 대표와 논의가 있었는지, 지분 안배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조국당에 광역단체장 공천 안배를 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다른 협의 조건까지 다 밝혀야 한다”며 “이 문건이 사실이라면 합당 밀약을 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이번 합당 제안이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은 ‘답정너 합당’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당원 투표 등은 이렇게 결론이 정해져 있다면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건태 최고위원은 “합당 일정과 지도부 구성까지 검토한 대외비 문건을 작성했다는 보도는 가히 충격이다”며 “‘선 합당결론·후 의견수렴’. 당원주권에 대한 명백한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세력에 최고위원 몫 배분과 탈당 인사 복권까지 검토한 정황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철저히 계산된 합당 추진임을 보여준다. 졸속으로 결정하고 밀실에서 처리하는 합당,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회의 뒤에도 여진이 이어졌다. 한준호 의원은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오늘 아침, 동아일보 단독 보도를 통해 합당 추진과 관련한 시나리오와 일정 검토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며 “이미 정해진 결론을 향해 절차가 진행돼 온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말로 묻고 싶다. 지금의 방식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도움이 되는 길이냐. 지방선거 승리를 준비하는 책임 있는 선택이냐”고 반문했다.
정 대표를 향한 해명 요구도 있었다. 한 의원은 “정 대표께 분명히 요청드린다”며 “합당 추진과 관련해 시나리오와 일정 검토 문건이 어떤 경위로 작성되었는지, 그 판단의 주체와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당원과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문건을 언급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집권세력의 권력투쟁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부 몰락의 도화선이 된 입시비리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대권주자 복귀를 돕는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밀약설? 음모론의 불쏘시개”
더불어민주당 모 의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조국혁신당과 합당에 대해서 국무위원과 텔레그램 대화를 하고 있다. 2026.01.29 서울=뉴시스 조국혁신당은 해당 문건 관련해 민주당과 사전에 합당을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공보국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조국 대표를 비롯해 조국혁신당 측 누구에게도 통지나 협의가 전혀 없었던 내용임을 밝힌다”고 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최고위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국 대표를 비롯하여 조국혁신당 측 누구에게도, 저와 같은 내용에 대한 통지나 협의가 전혀 없었던 내용임을 밝힌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 소위 ‘밀약설’ 음모론의 불쏘시개로 저 문건을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이 누차 ‘밀약’은 전혀 없다고 사실 확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는 음모의 음모의 음모론을 시전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양당 지지자들의 감정을 격앙시켜 자기 대신 대리전을 하라고 하는 것인가? 그래서 얻고자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했다.
● 민주당 “1월 27일 작성, 대표-최고위 보고 안 된 문건”
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분위기 가운데 수습에 나섰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1.29 뉴시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당 문건은 1월 27일쯤 작성된 것으로 보여진다”며 “문건이 작성된 후 대표나 최고위 회의에 보고되고 논의된 바 없는 문건이다”라고 했다.
조 사무총장은 “문건은 합당 관련된 일반적인 절차와 당헌당규, 정해진 절차 등 그동안 합당 사례를 비춰본 주요 쟁점과 그동안 합당 사례를 포함해 7페이지로 작성된 문서로 밀약설의 근거라고 말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최고위를 패싱하고 진행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그렇기 때문에 대표께서도 당 안팎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보면서 최고위에 논의를 부치지 못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성은 당연히 제가 실무자와 상의했고 만들어진 것”이라며 “작성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고 유출 경위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특정 목적을 가진 당내 누군가가 내부 갈등을 일으킬 목적으로 문건을 유출한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합당에 대한 당헌과 당규, 일반절차에 대해서 대표나 지도부에 이야기한 적은 있고 의결 요건이 어떻게 되는지 의원들의 개별적 문의에 대해서도 구두로 말씀드린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작성된 문건이 보고되거나 논의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합당 문제를 제안한 이래 많은 당원 의원들께서 의견을 표출해주고 있다. 당원, 의원 뜻을 잘 살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성심성의 다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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