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들이 아시아 금융시장 기사를 쓸 때 흔히 한국과 비교하는 국가가 인도네시아다. 한국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0달러가량인 나라와 견주는 게 맞지 않아 보이지만, 글로벌 시각에서는 그럴 법도 하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환란 동기’다.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는 악재가 터지면 약체였던 두 국가가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주목받는다. 요즘 말로 ‘긁히는 이야기’를 하자면 2022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원화를 필리핀 페소화, 태국 밧화와 함께 가장 취약한 통화로 꼽았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언급되지도 않았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번에 또 엮였다. 2일 아시아 증시가 ‘워시 발작’에 뒤흔들렸을 때다. 케빈 워시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의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그의 매파 성향(통화 긴축 선호) 우려로 달러화 강세 전망이 짙어졌다. 투자자들이 달러를 사들이려 금, 은을 판 데 이어 아시아 주식도 던지려는 심리가 퍼졌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증시가 얼마나 휘청였는지가 관심사가 됐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26% 떨어져 하락 폭이 인도네시아 주가 하락률(4.88%)보다 컸다. 한국이 경쟁국으로 삼는 대만과 일본 증시는 1%대, 중국과 홍콩 증시는 2%대 빠진 정도였다.
한국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60∼70%대로 높은 편이다. 이들은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해 증시가 더 출렁인다. 최근 유동성이 불어나고 증시 성적이 좋아지자, 투자자 예탁금은 100조 원을 돌파했다. 단타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이 넣고 빼는 돈뭉치가 커진 셈이니 시장도 더 널뛰기 쉽다.
문제는 최근 고환율이 심각해지면서 한국 증시 변동성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팔아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두려고 한다. 원-달러 환율이 유독 출렁일수록 코스피와 코스닥의 변동성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급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변동성이 너무 강하면 대외적으로 신뢰를 얻기 힘들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10위에 진입했지만, 한국 증시 기초 체력을 세계 10위권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증시가 대외 악재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체력을 키우려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40%에 육박한 쏠림 구조를 고칠 필요가 있다. 지금 이런 구조로는 인공지능(AI) 거품이 현실이 될 경우 증시가 단숨에 무너질 수도 있다. 다양한 기초 산업이 성장할 수 있게끔 혁신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개인투자자의 장기 분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세금 감면 혜택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개발해야 할 정책도 많다. 국민연금 같은 한국 주식시장의 ‘큰손’ 기관투자가를 키울 필요도 있다. 전문적인 운용 방침에 따라 장기로 분산 투자하는 기금이 커지면 시장이 출렁일 때 최소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이제 한국 증시의 몸집에 걸맞게 증시의 체질을 개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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