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동준]정청래 대표는 진심으로 ‘李 정부 성공’을 바랄까

  • 동아일보

허동준 정치부 기자
허동준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임기 반환점을 돈 것을 자축하듯 본인의 핵심 공약인 ‘1인 1표제’를 끝내 관철했다. 크고 작은 반발이 있었지만, 당원 주권 강화라는 명분을 거스르진 못한 결과다. 한 차례 좌초에도 불과 두 달 만에 이를 재추진한 정 대표의 뚝심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줄곧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외쳤던 정 대표의 진정성에 대한 당내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스스로를 ‘개혁론자’라고 칭하는 정 대표가 대표 취임 직후 행동으로 옮긴 건 여야가 합의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안을 파기한 일이다. 당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어록을 남겼는데, 이는 “12·3 비상계엄 내란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없으면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당 대표 취임 일성보다 한층 원색적으로 나아간 표현이었다. “제1 야당에 대한 모욕”이라는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정 대표의 모습은 그의 안중에 야당이 없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취임 37일 만에서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악수를 나눈 이후에도 정 대표의 생각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새해 첫 민생 현장 일정인 송파 가락시장에서 청소를 하다 “내란 잔재 청소”를, 사과 배달을 하며 “철 지난 썩은 사과도 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언급할 정도였다. ‘내란 종식’을 내걸고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됐으니 이해 불가능한 부분은 아니었다.

그러나 ‘3대 개혁’(검찰·언론·사법) 추진 과정에서 ‘당청 엇박자’ 논란이 잇따르면서 정 대표의 행보에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아졌다. 법안 처리 시점을 두고 청와대는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데 정 대표가 가속 페달을 밟는다는 의심이 불거졌다. 검찰개혁 관련 고위당정협의회에선 고성이 오갔고, 검찰청 폐지를 매듭 지은 후에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법을 두고 정부와 당이 충돌했다. 당내에선 “오죽하면 대통령이 면전에서 ‘혹시 반명이십니까’라고 했겠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 1인 1표제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은 정 대표가 자기 정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을 더 굳어지게 했다. 두 사안의 공통점은 명분은 그럴듯하나 시기가 적절하지 않고, 절차상 흠결을 남겼다는 것이다. 특히나 정 대표가 합당 제안을 한 지난달 22일은 한국 증시가 출범한 지 70년 만에 코스피 5,000을 달성한 날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바로 다음 날이기도 했다. 여권으로 굴러들어 온 호재가 집권여당 대표의 ‘물타기’로 희석된 셈이다.

정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누구보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 정 대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 초기부터 청와대와 권력투쟁으로 비칠 수준의 강경 행보를 보여 온 정 대표인 만큼 오해와 의심은 더욱 쉽게 불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공개 석상에서 당 최고위원이 ‘반란’을 언급했겠는가. 언젠가는 밝혀질 정 대표의 진짜 속내가 이번 정부의 성공일지, 아니면 본인의 당 대표 연임이거나 차기 대권 도전일지 현재로선 누구도 알 수 없다. 정치는 말보다 행동이, 어떤 의도였느냐보다 어떻게 인식되는가가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정청래#1인 1표제#당원 주권#국회 윤리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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