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수주전을 놓고 최근 현지 언론들이 내놓은 보도에는 방산업체 이름보다 국가명이 먼저 나온다. 현재 한국과 독일의 2파전으로 좁혀진 상태인데, 독일이 아닌 ‘유럽’ 전체로 확장해서 경쟁 구도를 설명하는 표현들이 눈에 띈다. 독일의 경우 서른 곳이 넘는 나토(NATO) 동맹 회원국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겼을 터다.
“산업, 안보, 동맹이 걸린 종합 패키지”
12척의 디젤 잠수함을 구매하려는 캐나다의 국방 프로젝트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방산 경쟁의 한가운데서 진행 중이다. 캐나다는 다른 나토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무역 갈등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글로벌 협력의 다변화 필요성 또한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잠수함 수주전이 “향후 50년의 산업 정책과 동맹 관리, 국가 안보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국가적 사업”이라는 장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주 미국과의 핵잠수함 협의 후 캐나다를 방문한 건 잠수함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행보였다. 입찰제안서 마감이 내년 3월 초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막바지 단계다. 수주전에 뛰어든 한화오션은 독일 TKMS를 상대로 현재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데, 문제는 기술력 외의 변수다. 독일은 사업자 선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비(非)군사 분야의 추가 보따리로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같은 경제투자 제안에도 적극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캐나다를 사로잡을 절충무역 ‘당근’에 1500억 유로 규모의 유럽안보행동(SAFE) 자금 지원 가능성까지 얹었다. 말 그대로 유럽연합(EU) 전체를 끌어들이는 패키지 전략이어서 이대로면 한국이 맞서기가 힘겨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달 폴란드의 신형 잠수함 구매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에서 이미 고배를 마셨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폴란드를 찾아 기업 지원에 나섰지만 나토 동맹 간 집단안보 협력 등을 앞세운 스웨덴의 사브를 이기지 못했다. 잠수함은 아니지만 한국은 앞서 10조 원대 호주 호위함 수주전에서도 밀렸다. 이 분야에서 대항마가 될 수준은 아니라고 여겼던 일본 미쓰비시에 졌다는 점에서 특히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뒤늦게 측면 지원에 나섰던 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우리의 대응은 “한마디로 삽질”이었다. 호주가 요구하는 게 뭔지, 어떤 절차를 거쳐 수주 기업을 선정할 건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업과 산업, 국방, 정보 담당 기관들이 각자 따로 놀았다는 것이다. 주호주 대사 공백의 장기화로 고위급 외교도 멈춰 있었다. 이런 문제들이 개선됐는지는 의문이다. 캐나다 대사 또한 6개월째 공석이고, 글로벌 방산 경쟁을 전담 지휘할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국가정보원을 찾았을 때 폴란드 잠수함 수주 실패를 놓고 은근한 질책성 언급을 내놨다고 하니 정보 측면에서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듯하다.
연합전선 경쟁에 한 팀으로 대응해야
한국이 폴란드에 이어 캐나다의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연달아 밀린다면 이 분야 경쟁력에 대한 대외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조 단위 K방산 수주전에서 3연패의 굴욕을 당할 수는 없다. 글로벌 안보 지형 속 주요국들의 연합전선으로 경쟁이 펼쳐지는 만큼 기업과 함께 외교, 산업, 정책과 정보 담당 기관들이 더 긴밀히 움직여야 한다.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산업 분야의 투자, 협력이 필요하다면 그 부담을 어떻게 나눠 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도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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