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규모 단수 정상화… 주민들 “적극적 절수 운동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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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남정수장 유출 밸브, 노후화로 고장… 10시간 동안 2만8000여 가구 피해
시 “밸브 교체 등 재발방지책 마련”
단수 사태로 버려진 물 5만7000t
시민단체, 자발적 절수운동 참여 호소

광주 북구 용봉동 주민공동체인 마을발전소 회원들이 지난달 용봉동 중흥S클래스 아파트 402가구에 나눠줄 변기용 물 절약 페트병 800여 개를 제작하고 있다. 마을발전소 제공
광주 북구 용봉동 주민공동체인 마을발전소 회원들이 지난달 용봉동 중흥S클래스 아파트 402가구에 나눠줄 변기용 물 절약 페트병 800여 개를 제작하고 있다. 마을발전소 제공
노후화된 정수장 밸브 고장으로 반나절 동안 단수된 광주지역 2만여 가구에 13일 수돗물이 정상 공급됐다. 재발 방지책 마련과 함께 가뭄에 대비해 더 적극적인 절수운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13일 오전 4시경 남구 행암동과 효천지구를 마지막으로 광주 전역에 수돗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됐다. 13일 0시부터 광주 전체 지역에 수돗물이 정상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부 배수지에 물이 늦게 차는 바람에 행암동과 효천지구 등에 대한 수돗물 공급이 다소 지연됐다.

대규모 단수 사태는 12일 오전 3시경 행암동 덕남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유출 밸브가 열리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덕남정수장은 살균, 소독 등을 마친 수돗물을 임시 저장해 서구 남구 광산구로 보낸다. 광주시는 단수로 수돗물이 끊긴 곳은 2만8000여 가구, 약 10만 명으로 집계했다.

10시간 넘게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부 카페, 음식점, 미용실 등에서는 영업을 하지 못했고 휴일을 맞은 시민들은 세면 등을 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광주 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단수 안내 문자를 받고 1∼2시간 후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영업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단수 이후부터 정상 공급까지 광주시에는 “물이 탁하다”, “이물질이 있는 것 같다” 등의 민원이 317건 접수됐다.

광주시는 노후화돼 열리지 않는 유출 밸브를 용접 절단 후 봉합하는 방식으로 응급 복구했다. 12일 덕남정수장에서 넘친 물 5만7000t가량(광주 하루 수돗물 사용량의 9분의 1)이 토사와 함께 흘러내린 곳에 대한 보수 조치도 끝냈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밸브 교체나 수리 등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영업을 하지 못한 업소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보상할 방침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번 단수 사고로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깊은 위로를 드리며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정수장 조사를 통해 시설을 개선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수돗물 단수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뿐 아니라 더 적극적인 절수운동 전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지역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의 저수율은 13일 현재 23.25%, 주암댐 저수율은 28.68%를 기록하고 있다.

광주 북구 용봉동 시민공동체인 마을발전소 장현규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대대적인 절수운동에 나서는 가운데 수돗물이 정수장 밖으로 쏟아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버려지는 물을 보면서 절수운동에 더 열심히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을발전소는 지난달 500mL 페트병에 모래를 담은 물 절약 페트병 800여 개를 제작해 북구 용봉동 중흥S클래스 아파트 402가구에 나눠줬다. 402가구가 지난 한 달 동안 물 절약 페트병을 변기에 사용한 결과 물 사용량이 999t 절감됐다. 박환호 용봉동 중흥S클래스 입주자대표회장은 “물 절약 페트병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절감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마을발전소는 물 절약 페트병 운동을 다른 아파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광주시는 수돗물 유출 사고에 대해 철저하게 규명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대규모 단수#절수 운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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