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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선진국들 “신흥국도 돈 내라” 기후변화 기금 동참 韓-中 압박[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2022-12-06 03:00업데이트 2022-12-0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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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손실 기금’ 향후 과제…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서
기후변화 야기한 선진국들 “개도국 위해 복구비용 지원”
선진국 기준-지원대상 모호… 기금마련 방식 등 합의 안돼
韓, 中보다 온실가스 적게 배출… 의무 아닌 자발적 참여 고려
지난달 18일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린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한 환경단체 회원이 기후변화 취약국의 손실과 피해 비용을 선진국이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로 손바닥에 적은 ‘pay’(지불하라)라는 글자를 내보이고 있다. 샤름엘셰이크=AP 뉴시스지난달 18일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린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한 환경단체 회원이 기후변화 취약국의 손실과 피해 비용을 선진국이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로 손바닥에 적은 ‘pay’(지불하라)라는 글자를 내보이고 있다. 샤름엘셰이크=AP 뉴시스
이미지 정책사회부 기자이미지 정책사회부 기자
이집트 휴양도시로 유명한 샤름엘셰이크에서 지난달 6일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논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고 20일 폐막했다. 논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이었다. 총회는 이날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재원(fund)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야기한 선진국들이 온난화로 손실과 피해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복구비용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 기금의 마련 방식이나 지원 규모, 대상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돈을 내놔야 할 ‘선진국의 기준’도 모호하다. 한국의 경우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채택됐을 당시 결정된 선진국 그룹에는 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감안하면 한국도 기후변화와 개도국 복구 지원 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홍수 파키스탄, “손실 대응이 곧 기후정의”
이번 총회는 개막 전부터 개도국과 선진국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고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보건 위기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공급 감소 등 에너지 위기까지 닥쳤다. 유럽 등에서 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높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개도국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올해 총회 의장국인 이집트는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산유국이기도 했다.

예상대로 개도국과 선진국은 총회 초반부터 충돌했다. 지난해 제26차 총회 당시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이행규칙이 완성됐다. 이 때문에 올해 총회에서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짜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감축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 복구가 먼저’라는 개도국과 ‘감축 계획이 먼저’라는 선진국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모든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았다.

논쟁 끝에 개도국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데는 ‘파키스탄 대홍수’의 영향이 컸다. 올여름 파키스탄에서는 평상시 우기의 2∼3배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17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재민만 3000만 명이 넘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대홍수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라고 진단했다. 올봄 파키스탄을 비롯한 남아시아는 기록적인 폭염을 겪었다. 파키스탄의 한 도시는 5월 한낮 기온이 51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이상기후로 물 증발량이 늘면서 공기의 습도가 대폭 올랐고 여름 폭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파키스탄은 이번 총회에서 가장 앞장서서 개도국 손실과 피해 대응을 주장했다. 무니르 아크람 유엔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개도국 77개국(G77) 대표로 연설에 나와 “기후변화에 거의 책임이 없는 개도국들이 전례 없는 파괴에 직면하고 있다”며 “손실과 피해의 해결은 자선행위가 아니라 기후정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선진국들은 “별도 기금을 만들기보다는 녹색기후기금(GCF) 등 기존에 있는 기금을 활용해 지원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참혹한 손실과 피해를 경험한 국가들의 호소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치열한 협상 끝에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따로 설립하는 데 당사국들이 합의했다.
○ 선진국들 “신흥경제국도 기금에 기여하라”

일부 외신들은 이번 결정을 ‘위대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첫걸음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기금의 상세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개도국 인사들로 구성된 기금 관련 준비위원회를 조만간 꾸리기로 했지만, 논의해야 할 사안도 많고 사안마다 입장 차도 커 내년 총회 전까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예를 들어 기금 형태의 경우 단순히 새 기금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다. GCF를 비롯해 재해저감복구국제본부(GFDRR) 기금 등 현존하는 다른 기금들과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기금을 창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원 대상 기준도 모호하다. 총회 결정문에는 손실과 피해 지원 대상국이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특별히 취약한 개도국’으로 정의돼 있다. ‘특별히 취약한 나라’에 대한 의견은 개도국마다 다르다.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은 기후변화에 책임을 지고 기금을 내야 할 국가가 어디인지이다. 기본적으로 개도국의 손실·피해를 복구하는 것은 1992년 UNFCCC 기준 선진국 그룹의 몫이다. 선진국 그룹에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속한다.

1992년 당시 개도국이었던 중국, 인도, 중동 산유국들은 재원을 의무적으로 내야 할 국가가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 그룹은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한 신흥경제국들이 기금 재원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등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 역시 한국이 손실·피해 재원에 의무적으로 기여해야 할 국가가 되는 것은 과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도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경제국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3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6% 수준이다. 경제 규모 역시 중국과 비교가 안 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사회·경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온실가스 저감과 개도국 지원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강상인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가 손실·피해 기금 재원 마련에 동참한다면 강제적, 의무적인 형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는 사업에도 자발적으로 3년간 36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화석연료 추가 감축 등 남은 과제 내년으로

이번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논의도 일부 이어졌다. 당사국들은 내년부터 2026년까지 감축 작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각 국가의 부문·주제별 감축 방안을 공유하고 관련 기술을 소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화석연료 추가 감축 제안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세부계획도 결정되지 않았다. 화석연료 추가 사용 제한을 주장해 온 영국의 과학자들은 “2025년 탄소 배출이 정점을 찍어야 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서 빠졌다”고 비판했다.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관한 명확한 후속 조치와 모든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약속도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손실과 피해 기금 합의에만 매몰된 총회를 비판하며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제한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화석 에너지 사용 중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총회가 폐회하면서 올해 해결을 보지 못한 사안들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2023년 1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다.

이미지 정책사회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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