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보수 인사들로 주로 구성된 대법원에서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경제 정책의 핵심인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는 취임 1년 만에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됐다. 한국을 비롯해 상호관세를 인하하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국가들은 거대한 불확실성에 다시 놓이게 됐다.
20일(현지 시간) 미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6대 3으로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1977년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해왔다. 미 대법원은 이것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해 상호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본 1·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은 금액, 기간, 범위에 제한 없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비상한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주장하는 권한의 범위, 역사, 헌법적 맥락을 고려할 때 그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명확한 의회의 승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시행한 캐나다·멕시코산 25% 관세, 중국산 10~145% 관세, 모든 교역국에 최소 10%를 적용한 상호관세 등은 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국가들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관세는 무효화됐지만 이미 맺은 투자 약정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특정 분야에 대한 품목 관세가 유효한 데다 비관세장벽 등 트럼프 대통령이 가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상호 관세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7월 미국과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이후 11월엔 양국이 해당 내용을 구체화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현재 15%인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 품목 관세와 상호관세를 한미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국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 점을 문제삼았다.
미 대법원이 이미 징수된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IEEPA를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위법으로 판결난 데 따라 상호관세로 인해 징수된 금액은 환급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로이터 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의 펜-와튼 예산 모델(PWBW)을 인용해 트럼프 관세로 인해 징수된 금액은 1750억 달러(약 254조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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