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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유보통합으로 ‘유아학교’ 체제 만들어야[기고/정정희]

정정희 한국유아교육학회장·경북대 교수
입력 2022-09-28 03:00업데이트 2022-09-2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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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희 한국유아교육학회장·경북대 교수
교육부는 국가 책임제로 교육의 출발선부터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만 5세 취학’ 학제 개편안을 제기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폐기’하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 5세 조기 취학 학제 개편안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만 5세 조기 취학 정책이 반복적으로 상정되는 것은, 유치원이 우리나라 법에서 규정한 ‘학교’라는 인식이 여태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현재 ‘교육기본법’과 ‘유아교육법’은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유아교육법 제2조)를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학교’로서 ‘유치원’을 둔다(교육기본법 제9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으로 취학 직전 3년의 유아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도록(유아교육법 제24조)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아교육은 아직까지 완전한 공교육 체제 확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유아교육과 보육이 이원화돼 실질적으로는 기간학제로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교육부는 ‘처음학교로’라는 유치원 입학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교육부가 ‘학교’라는 명칭을 쓴 것은 유치원을 학교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에서 ‘유치원은 학교’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지 못한 데는 일제의 잔재인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하고, ‘학교’라는 이름을 공식화하지 않은 탓도 있다.

유아교육이 실질적인 기간학제로 정착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바로 만 5세 유아만을 초등학교에 조기 취학시키는 것이 아니라, 0∼5세의 모든 유아가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유아학교가 학교로 확실히 자리매김해 모든 유아가 교육 수혜의 대상이 되는 공교육화를 의미한다.

지난 약 25년간 정부는 지속해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추진해왔다. 무엇보다 2013년 이후 만 3세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함께 사용하는 누리과정 개발이 완료돼 이를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또한 모든 만 3∼5세 유아에게 보호자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학비를 지원해 이미 무상교육의 기반이 형성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교육 선진 국가들은 대부분 만 0∼5세까지 유아교육 학제를 적용하며, 모든 유아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모든 유아를 대상으로 공교육의 보편성과 평등성이 확보된 ‘유아학교’ 체제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 유아학교는 기존의 ‘학교’와는 질적으로 다른 학교가 돼야 한다. 유아는 발달 특성상 개인차가 클 뿐 아니라 사고체계나 배움의 방식도 이후 아동과 확연히 다르다. 또한 부모의 상황에 따라 돌봄과 교육의 요구도 다양하다.

유아를 위한 교육개혁은 유보통합을 통해 ‘유아학교’ 체제를 구축해 0∼5세 유아의 발달적 요구에 적합한 질 높은 교육이 모든 유아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치원은 이미 학교다! 이제 명실상부한 기간학제로 유아교육을 자리매김하고 진일보한 형태로 공교육화돼 국가 책임의 교육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정희 한국유아교육학회장·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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