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서서히 오는 기후위기… 정의로운 해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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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곽재식 지음/448쪽·1만8800원·어크로스

한반도의 곤충은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겨울에 죽는다. 생존을 위해 많은 알을 낳지만 100만 마리 중 단 1만 마리만 운 좋게 살아남는다. 그런데 겨울 평균 닷새 동안 지속되던 강추위가 나흘로 그치면 어떻게 될까. 단지 추운 날이 하루 줄었다는 이유로 알에서 깨어난 곤충이 전부 살아남는다면.

저자의 가정은 이미 현실이 됐다. 2020년 전국 곳곳에 매미나방이 들불처럼 번졌다. 1980년대보다 2020년 들어 겨울이 15일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매미나방의 습격은 지구 생태계 전반을 파괴할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이걸로 지구가 망할 일은 없다. 하지만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삶을 갉아먹을 수는 있다.

과학자들은 1900년대부터 미세한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포착했다. 20세기 초 스웨덴의 화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두 배로 높아지면 지구 평균기온은 약 6도 오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화학자 찰스 데이비드 컬링이 1958년부터 매달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1960년 0.03%에서 2020년 0.04%를 넘어섰다.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는 당장 인류를 멸망시키지는 않겠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을 희생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세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모든 사람이 냉방장치를 못 쓰도록 강제하는 건 반쪽짜리 대응이라고 말한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영유아와 고령층을 위해서는 오히려 공짜로 냉방장치를 쓰게 해줘야 한다는 것.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에 선진국 수준의 탄소 저감을 요구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공정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환경공학자로 ‘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요다) 등 여러 편의 공상과학(SF) 소설을 펴낸 저자는 이 책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을 선보인다. 나무 심기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부터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까지 개인과 기업, 국가 차원의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데 유용한 책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기후위기#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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