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람속으로

오영수 “내게 종교는 연극”… 수상 다음날도 무대로

입력 2022-01-12 03:00업데이트 2022-01-12 03:05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징어게임 이후 첫 선택도 연극
“잠시 자제력 잃었었는데 ‘라스트 세션’ 만나 다시 중심 잡아”
“무대와 연극에 진심인 배우” 연극계 안팎 축하 쏟아져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맡은 오영수(왼쪽)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의 연습실에서 C S 루이스 역의 이상윤과 토론하는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파크컴퍼니 제공
11일 오후 9시 40분 약 90분간 이어진 연극 ‘라스트 세션’이 끝나자 백발의 배우 오영수(78)는 무대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300여 명의 관객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날 함께 열연한 배우 이상윤(40)이 다가와 허리를 숙이자 손을 맞잡으며 어깨를 다독였다. 이날 그는 죽기 직전까지 과학과 이성을 놓지 않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연기했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화법을 구사한 그는 공연 전 사전 인터뷰에서 “잠시 자제력을 잃었었는데 이 연극을 만나 다시 중심을 잡게 됐다. 내게 종교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오영수는 평소와 같이 공연 4시간 전 극장에 도착했다. 기자들이 몰려들자 그는 극장 외부 계단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7일 개막한 이 연극은 오영수가 ‘오징어게임’ 이후 선택한 첫 작품이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와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작가 C S 루이스가 만나 신의 존재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2인극이다.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후에도 변함없이 무대로 향한 것. 제작사에 따르면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알려진 10일, 이달 남은 11회 차 공연이 모두 전석 매진됐다.

50여 년간 연극 외길을 걸어온 오영수가 세계적인 상을 받자 연극계 안팎에선 축하가 쏟아졌다.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그와 번갈아 맡은 배우 신구는 “오영수와 1960년대 후반부터 알고 지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차분히 실력을 쌓는 모습은 똑같다”고 했다. 연극 ‘3월의 눈’에서 오영수와 함께 작업한 희곡 작가 배삼식은 “무대 위에 서는 것을 기쁨으로 누리는 배우”라고 했다. 2011년 초연 당시 87세의 나이로 주인공을 맡은 장민호 배우가 끝까지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불안했던 배 작가는 오영수에게 ‘언더스터디’(주연 배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신 투입되는 배우)를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무대에 선다는 기약이 없는 언더스터디를 모두가 고사했지만 당시 45년 차 배우였던 오영수는 ‘장 선생님 작품인데 무조건 해야지’ 하며 승낙하셨습니다. 무대와 연기에 진심인 배우시죠.”(배 작가)

외신은 오영수의 수상을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주요 장면으로 꼽았다. CNN방송은 “오징어게임의 스타 오영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극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며 “그의 연기 이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최신기사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