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가 보관 중이던 거액의 비트코인을 빼돌린 건 당초 해킹 피해를 신고했던 코인업체 관계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한 명은 이른바 ‘건진법사’의 공천 청탁 자금 수수 사건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 방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코인업체 대표인 40대 남성과 실질적인 운영자인 40대 남성 이모 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해킹)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법원은 운영자 이 씨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에서 대표는 “해킹 피해 이후 회사 경영난이 심각해 금전이 필요했다”며 혐의를 인정했지만, 운영자인 이 씨는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씨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연루된 공천 청탁 자금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방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 씨 측이 공천을 청탁하는 과정에서 정치자금이 오가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그동안 해커 정모 씨가 코인을 가로채 해외로 도피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경찰은 비트코인 이동 내역과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업체 관계자들이 직접 비트코인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은 2020년 해당 업체가 자사 코인을 해킹당했다며 강남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명의가 도용된 제3자의 계정을 확인했고, 이 제3자로부터 비트코인 22개를 임의 제출받아 2021년 11월경 압수했다. 다만 경찰은 당시 경찰 소유 가상화폐 지갑인 ‘콜드월렛’에 비트코인을 보관하지 않고, 해킹 사건 수사를 요청한 업체 소유의 콜드월렛에 그대로 보관했다. 이에 이 씨 등이 다른 지갑에서 코인을 복구할 수 있는 비밀번호 ‘니모닉 코드’를 이용해 2022년 5월 6일 강남경찰서에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22개를 빼돌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해당 비트코인은 유출 당시 기준으로는 약 10억 원 상당으로, 두 사람은 비트코인을 전량 현금화해 쓴 것으로 조사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