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검사에 금품 줬다는 수산업자 “경찰대 출신 총경과도 친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檢사무실 압수수색’ 경찰청 1991년 개청이후 30년만에 처음

현직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수산업자 A 씨는 경찰대 출신의 총경급 간부 B 씨와도 친분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경찰은 B 총경이 A 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사건 청탁을 받았는지 등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 “경찰대 출신 총경급 간부와도 친분”

B 총경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인의 소개로 알게 돼 올해 초 A 씨와 두 차례 밥을 먹었다. 한 번은 내가 계산하고, 다른 한 번은 A 씨가 샀다”고 말했다. B 총경은 또 “그 이후로 연락한 적이 없다. 부정한 거래가 오갈 정도로 밀접한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남부지검 C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A 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C 부장검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지만 금품 액수와 돈을 건넨 명목 등에 따라 혐의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 관계자는 “(C 부장검사의) 수수 내용, 받은 물건에 대한 것은 앞으로 확인을 거쳐야 할 부분이 있다”며 “혐의가 바뀔 부분도 있어 수사가 진전되는 걸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C 부장검사를 입건한 뒤 C 부장검사의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직권남용이나 뇌물수수 등 직무 관련 범죄로 바뀌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

경찰은 A 씨가 선박운영 업체와 축산물 업체 등 3, 4곳의 명함을 갖고 다니면서 C 부장검사와 B 총경 등을 만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 씨는 또 “지방에서 선박 사업 등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치인 가족 등을 상대로 5억 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올 4월 A 씨를 구속 수감했으며, A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직 부장검사 등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 30년 만에 검사 사무실 첫 압수수색

경찰이 현직 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경찰청이 1991년 옛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독립한 뒤 30년 만에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2012년 이른바 ‘조희팔 사건’, 2016년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 당시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수차례 반려해 경찰이 반발한 전례가 있다. 올 1월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돼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지 못하고, 보완 수사만 요구하게 됐다. 그 전에는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검찰 관련 사건 등의 압수수색 영장이나 계좌추적 영장, 구속영장 등을 반려하면서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경북경찰청이 대구지검 의성지청을 압수수색한 적은 있지만, 당시는 오락실 업주에게 단속 정보를 누설하고 금품을 수수한 검찰 수사관 수사를 위한 것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인 지난달에는 경찰이 검사 출신 전관(前官) 변호사를 통한 현직 검사 등의 제약회사 수사 누설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사가 기각했다. 경찰은 서울고검의 영장심의위원회에 영장 청구의 적정성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누구든지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하면 영장 발부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 변호사는 “10년 넘게 경찰에 근무했지만 검사가 동료 검사의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을 내어준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경정급 간부는 “예전에는 검사와 관련되기만 해도 사건 관련 영장 발부가 잘 안 됐다. 압수수색 집행까지 이뤄졌다고 하니 수사권 조정으로 ‘정말 많이 변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부장검사#금품#수산업자#총경과도 친분#檢사무실 압수수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