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백신 개발 매커피, 美송환 앞 스페인서 극단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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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혐의… 작년 바르셀로나서 체포
송환 결정 직후 감방서 숨진 채 발견
1987년 ‘매커피’ 창업… 대부호 반열
말년 음주운전-총기 불법소지 등 기행
2016년부터 가능성 없는 대선에 도전

컴퓨터 백신회사 매커피의 창업주 존 매커피(75·사진)가 스페인 구치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매커피는 탈세 혐의로 수감돼 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의 한 교도소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스페인 당국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국은 그를 ‘자국 송환을 기다리고 있는 75세 미국인’이라고만 밝혔는데 언론 취재 결과 그는 매커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탈세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지난해 10월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스페인 법원은 23일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인정된다며 매커피를 미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을 향한 미국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해 온 매커피는 송환 결정이 알려진 지 수 시간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영국 가디언은 “매커피는 미국에서 최고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조세 범죄 혐의를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2014∼2018년 컨설팅, 다큐멘터리 판권 판매 등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이에 따른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부동산과 요트 등의 재산도 세무당국에 숨겨온 혐의를 받았다. 이 기간 중 그가 내지 않은 세금은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 허위 글을 올려 가상화폐 시세를 조작하고 이에 따른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1987년 자신의 이름을 딴 백신회사 매커피를 창업한 그는 사이버 보안 업계의 선구자로 이름을 날렸다. 1990년대 초반 회사 주식을 팔아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으나 말년에는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고 각종 기행을 일삼았다.

2016년 미 대선에서 자유당 경선 후보로 나섰다가 패했고 2020년에도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을 알면서 또 대권 도전에 나섰다. 2012년에는 중앙아메리카의 벨리즈에서 이웃이 살해된 사건의 살인 용의자로 지목됐고 경찰 조사를 피해 과테말라에서 은신 생활을 했다. 몇 년 뒤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5년엔 테네시주에서 음주운전과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매커피#억만장자#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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