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손효림]좋아하는 마음은 힘이 세다

  • 동아일보

손효림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손효림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뮤지컬 배우 김소향(46)은 2001년 데뷔 후 10년 동안 무명으로 지냈다. “이대론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 미국으로 가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1년간 연기를 공부한 뒤 현지에서 오디션을 봤다. 탈락 탈락 또 탈락…. 150번이 넘었다.

계속 시도했다. 작은 역할을 하다 2017년 ‘시스터 액트’의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주연급인 막내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을 맡을 수 있었다. 귀국한 후에는 ‘마리 퀴리’, ‘프리다’,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서 주연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에비타’는 그의 성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에바 페론을 연기하는 그는 2006년 이 작품이 국내 초연됐을 때 후안 페론의 정부(情婦) 역을 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까스로 합격했지만 비자 문제로 캐스팅이 취소된 적도 있다. 돈도 없고 말도 낯선 곳에서 겪은 설움과 고달픔을 얘기하자면 2박 3일로는 부족하다”며 웃었다.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두드린 이유는 뭘까.

“연기가 진짜 좋아요. 무대가 아니면 제가 어떻게 에비타, 퀴리 부인, 프리다 칼로가 돼 보겠어요. 제 안의 감정, 생각을 폭발시키거나 애절하게 풀어내는 건 정말 매력적이에요.”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오랜 시간 애쓴 끝에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은 그 동력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애정을 꼽는다. 마음이 이끌려 계속 하다 보니 그런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숱한 시도 자체가 즐거워”

40만 권 넘게 판매된 베스트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021년)는 7년 넘게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책을 내 온 심경보 곰출판 대표(53) 덕에 국내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대기업에 다니다 2014년 1인 출판사를 시작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으로서 고민도 깊어졌다. 그는 “1인 출판사는 달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아 자전거 페달을 밟듯이 멈추지 않고 책을 냈다. 돈은 최대한 안 쓰고 버텼다”고 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미국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가 쓴 첫 책으로, 어류 전문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에세이, 전기, 스릴러, 르포, 인터뷰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된 독특한 형식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본보를 비롯해 여러 언론사와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심 대표는 “합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과학이 재밌다. 과학책을 자주 살펴보다 발견한 행운”이라며 웃었다. 그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잭팟을 터뜨리기까지 무수한 시도가 있었다.

땀으로 맺은 열매, 선물처럼 선사

지난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퍼스트 솔리스트(수석무용수 바로 아래 등급)로 입단한 스타 발레리노 전민철(22)은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춤을 췄다. 어린 시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지만 떨어졌다. 2017년 ‘빌리 엘리어트’ 최종 오디션 현장을 취재한 기자는 ‘소년 전민철’의 야무진 포부를 들었다.

“저도 빌리처럼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무용을 시작했어요. 발레를 하고 싶은 빌리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요. 기회를 꼭 잡고 싶어요.”

소년은 한동안 발레를 접으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끝내 날아올랐다.

집념을 갖고 걸어간 이들 덕분에 우리는 빼어난 무대를 만나고 흥미로운 책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타인의 관심보다 자신의 마음을 따를 때 자갈길도 기꺼이 걸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좋아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으니까. 빌리의 노래처럼. “뜨거워진 내 마음, 더 이상 숨길 수 없죠, 내 마음. 저 새들처럼 날아오르는 짜릿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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