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피해자 “안 태어났다면 이 고통 없을 텐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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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공판 앞두고 엄벌 호소 편지
吳, 양형조사 신청으로 공판 연기

8일 오전 직원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결심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8일 오전 직원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결심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결심공판을 앞두고 사건 피해자가 참담한 심정으로 엄벌을 호소했다.

피해자 A 씨는 8일 오 전 시장의 결심공판을 앞두고 편지를 통해 “가족, 친구 등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그냥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숨 쉬는 게 민폐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토로했다. 편지는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가 대신 읽었다.

A 씨는 “평범했던 삶이 지난해 4월 7일부터 엉망진창이 됐다”며 “출근도 제대로 못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며 대중교통에서 노인들과 살짝 스치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예약된 택시만 타고 다닌다”고 썼다. 또 “밥을 먹다가도 가해자가 떠오르면 음식을 다 뱉어내고 무서워 밤새 불을 켜 놓고 자는 날이 많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이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으면 결코 합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보낸 편지를 봤지만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랬는지,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기본적인 반성조차 없다”며 “제2, 제3의 권력형 성범죄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땅한 선례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엄벌을 호소했다.

오 전 시장이 합의를 시도한 사실도 언급했다. A 씨는 “피해를 변상하겠다고 하는데 이 고통을 어떻게 돈으로 산정할 수 있느냐. 그 오만한 태도가 너무 역겹고 화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 전 시장 측에서 양형조사를 재판부에 신청함에 따라 이날 예정된 결심공판은 21일로 연기됐다. 양형조사는 범인의 유죄를 전제로 양형을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전문 조사담당관을 지정해 피고인의 연령·품행·지능·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수단, 합의 여부·노력, 범행 후 정황 등 양형 요소가 될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조사하는 제도다. 오 전 시장의 1심 선고공판은 29일 열린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오거돈#강제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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