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당시 日 전쟁범죄 비판
작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이달 25일 개봉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 ‘스파이의 아내’에서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이렇게 말한다. 미치지 않은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사회를 향한 날 선 비판이 서려 있다. 사토코가 말했던 ‘필시 이 나라’는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인간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을 포함해 생화학 무기 개발 등 업무를 하던 일본제국 소속 ‘731부대’가 저지른 만행을 만주에서 두 눈으로 목격한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는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고, 남편을 만류하던 사토코도 그의 뜻에 동참한다.
미국으로 건너가 일본군의 범죄를 알리려던 두 사람의 뜻은 좌절된다. 밀항하려던 사토코는 일본군에 발각돼 정신병원에 갇힌다. 승전이라는 국가적 대의 앞에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는 것조차 ‘미친 생각’으로 간주되는, ‘미치지 않은 것이 곧 미쳤다는 뜻’인 시대에 울분을 토하는 사토코의 대사에 영화의 주제가 녹아 있다.
스릴러에 능한 구로사와 감독은 직접적 묘사 없이도 소름 끼치는 공포를 만들어낸다. 생체실험의 대상이 된 희생자의 시체 더미는 이를 지켜보는 사토코의 떨리는 동공이 대신한다. 구로사와 감독은 “예산이 충분한 영화가 아니었기에 일상생활과 등장인물의 대사만으로도 이야기의 주제를 담고자 했다. 직접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사토코의 눈을 통해 관객이 더 상상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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