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4일제를 경험한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다.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장모 씨(36)는 “불필요한 업무가 줄어들고 소통 속도가 빨라졌다”며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67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82.7%가 가장 원하는 근무형태로 ‘주4일’을 꼽았다.
물론 긍정적인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월급을 이전만큼 받을 수 있느냐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71.2%는 ‘급여 감소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호텔업계에 종사하는 정모 씨(37·여)는 “하루를 더 쉬는 만큼 월급이 20% 줄어들었다. 쉴 때도 업무 메일이나 단체 카톡방을 확인해야 한다”며 “차라리 주 5일 일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인건비 감축을 위해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에선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로 인해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팬데믹 이후엔 주4일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지난해 5월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기업들이 주4일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휴식 시간을 늘리면 관광업을 활성화할 수 있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등 근무 효율을 높여 생산성을 높이거나 유지한 사례도 적지 않다. 뉴질랜드 금융기업 퍼페추얼가디언은 2018년 기존 임금을 유지하면서 주4일제를 도입했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헌신한다는 직원의 비율은 68%에서 88%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만족도는 54%에서 78%로 올랐다.
‘과로사회’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장시간 근로 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야후 재팬, NEC 등은 가족 돌봄 등 사정이 있는 직원에게 주4일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2019년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한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은 업무 생산성이 39.9% 향상됐다.

첫째, 회의 시간과 규모를 줄인다. 회의는 월요일 하루만 하거나 1시간씩 하던 회의를 20분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둘째, 근무 시간을 리디자인 한다. 가령 하루 3시간의 집중 업무시간, 전화나 이메일 등 협업 및 소통하는 시간, 휴식 시간 등으로 업무 시간을 나누는 것이다.
이 밖에도 업무자동화를 위해 사내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공간 재배치로 업무 효율성을 높인 사례 등이 소개돼 있다. 그는 “근무 여건을 개선해 직원 퇴사율을 낮추면 신규 채용 및 교육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기업도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주4일제 도입 등 노동시간 단축이 시급한 동시에 해결할 과제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기업은 근무 일수를 줄여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추가 고용 등 늘어나는 비용 부담은 없을지 따질 수밖에 없다. 영세한 하청기업에겐 근무일수 단축이 아직 먼 얘기로 들린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기본급 대비 각종 수당의 비중이 높은 한국의 기형적인 임금 구조를 고려할 때 일하는 시간이 곧 소득으로 직결되는 노동자들은 근무 일수가 줄어드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는 주4일제로 워라밸 수준을 더욱 높이는데 한쪽에선 여전히 주6일 근무도 감내해야 하는 노동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독일도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주4일제(주 30시간) 도입을 검토했지만 임금 보상 방안에 이견이 커 논의가 답보 상태다. 독일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조금 지급 기한을 24개월로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재계와 학계 일각에선 한시적인 지원은 근본 대책이 아니라고 반대했다.
권 교수는 “주4일제 도입 논의의 핵심은 임금 보전이다.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령 근무 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인다면, 3시간은 생산성 향상으로, 2시간은 노조가 임금을 양보하는 형태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주4일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주4일제를 주제로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 중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주4일제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며 “기본급 비중이 낮은 임금구조,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고용보험제도 개편 등 노동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처럼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민기자 m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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