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사들[횡설수설/황인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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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나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 두기 강화 조치로 집에서 조촐히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의료진에게는 이마저도 언감생심이다. 겹겹이 방호복을 입고 야외 임시진료소에서 지난여름 폭염에 시달렸던 그들은 이번엔 갑작스레 찾아온 맹추위에 핫팩으로 몸을 녹여 가며 코로나 전장(戰場)을 지키고 있다.

▷중국이 우한시에서 원인 불명의 집단 폐렴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 지 31일로 딱 1년이다. 그동안 세계 확진자는 8200만 명, 사망자는 179만 명을 넘겼다. 백신 개발 성공과 각국의 접종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에겐 아직 먼 얘기다. 게다가 집단면역 형성까지는 적잖은 시간도 걸린다. 여기에 각종 변이 바이러스마저 확산되며 의료진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가 최근 올해 주목한 과학계 인사 10명을 선정했는데 대부분 코로나19와 싸웠던 의료진과 전문가였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고 있는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오르며 ‘K방역’을 인정받기도 했다. 정 청장은 전문성에 근거한 일관되고 솔직한 브리핑으로 국민들의 코로나19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무엇보다 의료진을 향한 국민의 진심 어린 응원이 가득했던 한 해였다. 코로나 전사들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 참여자는 5만 명을 넘겼다.

▷하지만 의료진의 남모를 고통이 컸던 한 해이기도 했다. 10월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국내 의료진은 159명에 달했다. 의료진은 안전장비를 착용한다고 해도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는 만큼 항상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4월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다가 감염돼 숨진 허영구 원장에 대한 추모 열기도 뜨거웠다. 정치권은 고인의 의사자 지정에 나섰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의료계에서는 의료진에 대한 안전 보장과 적절한 보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WHO가 9월 “의료진에게 안전한 근무 여건과 교육, 급여를 제공하라”며 각국에 촉구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된 정부의 연말연시 특별방역기간은 내년 1월 3일에야 종료된다. 확산세 반전을 위한 총력전 기간이기도 하다. 많은 의료진이 가족과 함께 집에 있기보다는 동료, 환자들과 병원에서 새해를 맞을 것이다. 그들이 외롭거나 지치지 않게 연말연시 응원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도 당신 덕분에 우리는 여전히 절망보다 희망을 믿고 있다고.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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