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이인영, 바이든에 축전… 김정은에게 권해보라[광화문에서/윤완준]

윤완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0-12-02 03:00수정 2020-1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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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외부에 지나치게 노출됐던 것 아닌가.”

정치인 출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박 원장은 지난달 도쿄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나러 총리 관저로 들어가며 보란 듯 자신을 드러냈다. 들어갈 때는 물론 나올 때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회담 내용을 공개했다. 박 원장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로 꽉 막힌 한일 관계에 이런저런 해법을 제안했다. 기회가 왔을 때 꼬인 관계를 풀어 보려는 일을 외교부 장관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본을 방문한 박 원장의 행보는 국정원장보다 정치인 박지원에 가까웠다. 민감한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 특성 때문에 되도록 노출을 자제해야 할 그가 스스로 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도 큰 문제 제기 없이 넘어간 것은 그가 정치인 시절부터 보여 온 스타일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 내에 정보 수장의 지나친 노출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게 아니다. “일이 잘되면 큰 문제 없을지 모르지만 과도한 노출 행보에 행여 일이 틀어지고 잘못되면 비판이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관가에서는 지방선거 등 그가 국정원장 다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정원장으로만 끝내지 않을 것 같지만 다음을 위해 활용할 자리로는 국정원장이 한반도 문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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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치인 출신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도 관가에서 장관 다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내년 상반기까지만 할 것 같다” “다음 장관에게 상황을 잘 넘기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말들이다. 이 장관은 꾸준히 대북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북한에 대화 의지가 있다는 일관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지만 일각에선 당장 성과가 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명한 말들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제재 해제로 돌파구를 찾기 원하는 북한은 한국의 인도적 지원에는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긴 침묵을 이어가고 있지만 북한은 지금 남북 대화보다 북-미 협상에 훨씬 관심이 많다. 미국이 먼저 대북 제재 강화로 쥐어짜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경제난 탈피가 급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면 북핵 해결의 실질적 진전은커녕 대화 기회조차 매우 오랜 시간 다시 잡기 어려울지 모른다.

따라서 북한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협상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도록 하는 것이 박 원장과 이 장관이 지금 해야 할 실질적인 일이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듯이 국정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간 라인은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밑 라인을 가동해 바이든에게 축전을 보내라고 김 위원장에게 권해 보는 건 어떤가. 적어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후 도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는 있을 것이다. 박 원장과 이 장관이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하니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박지원#이인영#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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