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面 감찰로 檢총장 망신 주려다 되레 망신… 갈 데까지 간 秋

동아일보 입력 2020-11-19 00:00수정 2020-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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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감찰관실 평검사 2명이 17일 대검을 찾아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감찰 대면(對面) 조사 일정과 조사 사항이 담긴 봉투를 전달하려다 대검 측의 반발로 돌아갔다. 이후 대검 관계자가 법무부 감찰을 총괄하는 류혁 감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과정에서 류 감찰관도 이 사실을 몰랐음이 드러났다.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일선 실무진이 장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던 것이다. 박 담당관의 남편은 추미애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있다가 8월 대검 형사부장으로 발탁됐다.

법무부가 검찰총장 감찰에 나서 대면 조사까지 시도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초유의 조사를 둘러싸고 법무부 내에서조차 강한 반발이 나왔다. 앞서 한 지방검찰청의 부장검사가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로 파견됐다. 그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대학 동문이어서 코드 인사라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그조차도 검찰총장 감찰조사를 맡기자 무리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틀 만에 원대 복귀 조치됐다. 억지로 감찰을 밀어붙이다 보니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나는 것이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한 야당 정치인 수사를 방해하고 검사 비위를 알고도 은폐하는 한편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에 대한 한국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를 무혐의 처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야당 정치인 축소수사 의혹에 대해 수사책임자였던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이 직을 걸고 부인하며 사직하는 등 추 장관의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과 증언이 속속 나왔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자신이 제기한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장관이 국가 사정시스템의 핵심 중 한 명인 검찰총장 관련 의혹을 잇달아 공개적으로 늘어놓았다면 사안의 막중함에 걸맞은 탄탄한 근거를 갖고 있어야 마땅하다. 무책임하게 직접 뒤져보면 나올 것이라는 식으로 검찰총장 망신 주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감찰부서 내에서조차 반발이 나와 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절차에 따라 설명을 요구하면 답변하겠다”고 했는데도 오늘 오후 2시에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어제 다시 통보했다. 감찰은 법무부가 하는 것이므로 장관 멋대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여기고 갈 데까지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최소한의 균형감과 절제력, 법치주의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지 못한 장관 한 명이 얼마나 국가 시스템을 훼손하고 정부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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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윤석열 검찰총장#대면 감찰#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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