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합의점 못찾은 국시… 의료공백 현실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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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시험 일정 10일로 모두 끝나… 응시대상 86% 2738명 시험 안 봐
내년초 병원마다 인턴 확보 비상… 공중보건의 부족 땐 방역도 차질
내년 필기 후 실기시험 가능성도

내년 의사 배출을 위한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이 10일 종료됐다. 그러나 전체 응시 대상 의대생의 86%는 끝내 응시하지 못했다. 신규 의사가 예년보다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게 돼 의료 공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9월 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시행된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 대상자 3172명 중 434명만 응시했다. 의대생 2738명은 결국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이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단체로 국시를 거부했다.

9월 4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대한의사협회(의협) 협상 타결 시 의대생들에게 재응시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졸속 타결”이라며 거부했다. 지난달 8일에는 주요 대학병원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의료정책 재논의 과정에서 국시 재응시 기회 여부가 양보의 조건으로 돼선 안 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도 국민 여론을 이유로 사태 해결에 미온적으로 나오면서 결국 연장된 시험 기간도 끝났다.

의료계는 수년간 의사 수급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국 대형병원들은 매년 1월 말∼2월 초 인턴을 3000명 정도 채용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올해 응시자 중 합격자 400명가량만 인턴에 지원하게 돼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지방에선 인턴을 구하지 못해 의료 격차가 심각해질 수 있다.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관계자는 “의료계가 아직 집단행동에 돌입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에 인력 부족으로 전공의의 20%가 파업하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시에 합격하면 바로 지원할 수 있는 공중보건의도 내년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중보건의는 한 해 500∼700명을 뽑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전국의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 등 방역 업무를 맡는 인력이다. 군의관의 경우 대개 전문의를 뽑기 때문에 당장 내년엔 문제가 없지만 전공의 수련 과정인 5년 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의 기회는 남아 있다. 일단 실기시험 미응시자도 내년 1월 필기시험을 치를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총 3196명이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의료계에서는 내년 1월 필기가 끝난 직후 실기시험을 다시 열면 의료 공백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은 “만약 2738명이 필기시험 일주일 후 실기시험을 치른다면 5주 반∼6주가 소요된다”며 “설날 연휴를 감안하면 적어도 3월까지는 마무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 분위기에도 최근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가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 국민 거부감이 아직 상당한 상태”라면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보건복지부에 “이른 시일 안에 바람직한 결론을 내라”고 주문해 놓은 상태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역의료, 필수의료, 전공의 수련 환경 등이 모두 맞물려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소민 기자
#국시#의료공백#현실화#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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