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형태 통해 가족의 소중함 되새기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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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봉 영화 ‘담보’의 강대규 감독
‘한지붕 세사람’ 된 두 사채업자와 9세소녀
피한방울 안섞인 이들의 좌충우돌 양육기

‘담보’의 강대규 감독은 “JK필름 윤제균 대표님과는 정서적인 공통분모가 있다”며 “시나리오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담보’의 강대규 감독은 “JK필름 윤제균 대표님과는 정서적인 공통분모가 있다”며 “시나리오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9세 여자아이와 함께 사는 두 남자. 이들은 가족일까.

29일 개봉하는 영화 ‘담보’에는 낯선 가족이 등장한다.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회사 후배 종배(김희원)는 빚 받으러 갔다가 아홉 살 승이(박소이)를 얼결에 담보로 데려온다. 조선족인 승이 엄마 명자(김윤진)가 중국으로 추방당하자 고민하던 두석과 종배는 승이를 부잣집에 입양 보낸다. 그러나 승이가 룸살롱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이 아이를 자신들의 자취방으로 데려오면서 ‘한 지붕 세 사람’이 된다.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대규 감독(46·사진)은 가족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강 감독의 첫 장편 ‘하모니’(2010년)를 제작한 ‘JK필름’ 윤제균 대표가 담보의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단편 ‘기다림’에서 아내가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딸을 홀로 키우는 남자 이야기를 다뤘다. 이 아이와 남자는 부녀일까, 남일까. 담보에서도 유사(類似)가족을 그려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가족에 대한 결핍이 있어서 가족의 의미를 많이 고민했다. 그게 가족 이야기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두석과 종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승이를 키운다. 표현 방식은 투박하지만 속정 깊은 두석, 눈치는 없지만 사람 냄새 나는 종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남이었던 이들이 가족이 되는 과정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둘의 관계 설정이 중요했기에 배우들과 배역의 전사(前史)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영화에는 담지 않았지만 두석과 종배는 군대에서 만났다. 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후임병을 구한 제 경험담을 성동일 김희원 배우에게 들려줬다. 그런 일을 겪은 두 사람은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서로 아픔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평생의 인연이 된다. 두석과 종배도 그런 관계 아니었을까.”

두석과 종배의 ‘기른 정’만큼 영화의 감정선을 쌓는 데 핵심이었던 것은 명자의 ‘낳은 정’이다. 아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한(恨)을 제대로 표현할 배우가 필요했기에 어떤 배역보다 캐스팅에 고민이 많았다.

“명자 역할이 제게는 가장 중요했다. 하모니를 찍으면서 김윤진 배우가 눈빛 하나, 몸짓 하나에도 감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걸 봤기에 명자 역 ‘0순위’였다. 김윤진 배우는 ‘도시적 이미지가 강한데 조선족 역할과 맞을까’ 걱정하셨다. 우려와 달리 혈육과 생이별하는 엄마의 아픔을 너무나 절절하게 표현해주셨다.”

하모니에 이어 담보에서도 인간의 사랑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강 감독. 그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

“가족은 맹목적인 존재다. 이유 없이 서로에게 헌신하고 고마워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친절을 베풀지만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로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강대규 감독#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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