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압병동 운영’ 길병원에 시민들 성원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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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완치 환자부터 시민들까지 감사편지-건강식품 등 보내 응원
의료진 “감염병 차단에 전념할 것”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11층 국가지정음압병동 앞에 모인 감염관리실 의료진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11층 국가지정음압병동 앞에 모인 감염관리실 의료진들. 가천대 길병원 제공
지난달 12일 인천 남동구에 있는 가천대 길병원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광학 솔루션 전문기업인 ‘아이엘사이언스’의 송성근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헌신하고 있는 길병원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손소독제 4만 개를 기부했다. 김양우 병원장은 “코로나19로 산업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의료진과 환자들을 위해 소중한 기부를 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인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증상이 심각한 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국가지정 음압병동을 운영 중인 길병원 의료진을 격려하는 시민들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6월에는 합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우진산업 기인종 대표가 “코로나19 치료에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을 위해 써 달라”며 1000만 원을 내놓았다. 기 대표는 “수개월 동안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느라 힘들고 지쳐 있을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할 방법을 찾다가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느라 지친 의료진에게 과일이나 홍삼 등과 같은 건강식품을 보내오는 경우도 많다.

의료진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은 시민들이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다.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완치된 환자나 가족이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시민들로부터 더 많은 편지가 온다. 인천 온새미로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은 최근 ‘코로나19 영웅들 파이팅’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 넣은 현수막을 만들어 보냈고, 한 청소년봉사단은 ‘코로나19 극복 손글씨 공모전’을 열어 입상한 작품집을 선물했다.

길병원은 2016년부터 본관 11층에 병실 10개를 갖춘 국가지정 음압병동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반병동 2개 층 전체에 100병상 이상을 추가로 확보한 뒤 이동식 음압기를 활용해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다.

3월부터 90여 명에 이르는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치료를 받고 퇴원했으며, 현재 18명이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에크모(인공심폐기)를 사용할 만큼 중태인 환자를 치료하다 보니 80세 이상 환자 3명이 안타깝게 숨지기도 했다.

환자에 대한 치료는 감염관리실장인 엄중식 교수(53)가 이끌고 있다. 그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민관합동대응팀에서 활동하며 감염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 공로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조용균 감염내과 교수(56)도 헌신적인 인술을 펼치고 있다. 그는 미국 미시간대 보건대학원에서 감염역학 연수를 받은 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민간연구원, 대한감염학회 기획이사 등 감염병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해 온 전문가다. 이 밖에 10명의 감염내과 의사와 음압병동 간호사 등 40여 명의 의료진이 중증 환자 치료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자원한 오영준 간호사(34)가 방호복을 입고 환자 치료에 나서는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그린 그림이 미국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한국의 코로나19 영웅들’이라는 제목으로 실리기도 했다.

엄 교수는 “인천은 공항과 항만이 인접해 있어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지역인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환자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가천대 길병원#아이엘사이언스#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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