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처럼… 오랜 기간 정상 지키는 선수 될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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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골프 18세 손예빈
올해 프로 전향 첫 3부투어 우승, 매일 7시간 근력운동-샷 훈련
9홀 라운드 도는 ‘연습벌레’… “유튜브 스승인 유소연 프로 존경”

10일 경기 용인시 지산CC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는 ‘샛별’ 손예빈.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는 손예빈은 초등학교 5학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0일 경기 용인시 지산CC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는 ‘샛별’ 손예빈.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는 손예빈은 초등학교 5학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용인=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시작은 팔씨름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남학생과 겨룬 팔씨름에서 이겼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골프를 잘 칠 것 같다”며 어린 딸을 골프장으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승부욕이 누구보다 강했던 소녀는 대회에 나가 또래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골프의 재미에 푹 빠졌다.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대회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한국 여자 골프의 새로운 기대주 손예빈(18·신성고 3학년)이다.

손예빈은 올해 5월 프로로 전향한 뒤 6월에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첫 3부 투어 대회에서 우승해 단숨에 KLPGA 정회원이 됐다. 대회 최종 2라운드 후반 9홀에서 두 차례 OB를 내며 위기를 맞았으나 16번홀 버디에 힘입어 연장 끝에 우승하는 강심장을 보였다.

10일 훈련 장소인 경기 용인 지산CC 연습장에서 만난 손예빈은 “막상 프로가 돼 선배들과 경쟁하려고 하니 실감도 안 나고 무척 떨려 대회 전날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실수가 많았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겸손하게 말한 그의 질주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골프를 시작한 때부터 늘 오전 7시에 일어나 유산소 및 근력 운동 등을 1시간가량 하고, 오전과 오후 6시간 정도 샷 연습을 한다. 오후 늦게 9홀 라운드로 하루 연습을 마무리한다. 이동 시간이 아까워 연습장 근처 아파트로 이사도 했다. 그런데도 손예빈은 “코로나19로 헬스장을 가지 못해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한다. 지난해 아마추어 대회에서 3승을 거뒀다. 드라이버는 평균 230m 이상을 보내고 정교한 벙커샷과 퍼팅이 장점.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 갤럭시아SM은 손예빈의 성실함과 열정을 알아보고 그가 고1이던 2018년부터 관리에 들어갔다. 갤럭시아SM 관계자는 “주니어 때부터 손예빈의 공격적 플레이를 지켜본 나이키에서 고교생 선수에게 이례적으로 신발, 의류 등 용품 일체를 후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KLPGA투어 정규(1부)투어 진입을 노리는 손예빈은 “어프로치를 할 때 아직도 거리감이 부족해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며 “특히 50m 거리의 샷이 어렵다”고 말했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답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유튜브를 통해 배우기도 한다. “퍼팅 역시 실수가 잦았는데, 유소연 선배의 유튜브 레슨을 들은 뒤 주변에서 ‘퍼트가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손예빈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도 유소연(30)이다. 손예빈은 “오랜 기간 정상에 머무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소연 프로님이 그렇다”며 “제 좌우명처럼 느리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가 오랜 기간 정상을 유지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국내 무대를 제패한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무대에 진출해 한국을 빛내고 싶다는 소녀의 다짐이 예사롭지 않다.

용인=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여자프로골프#18세#손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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