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로 ‘지폐 소독’[횡설수설/이진구]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20-08-01 03:00수정 2020-08-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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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만지는 지폐는 병원균에 취약하다. 2014년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1달러 지폐에서 무려 3000여 종의 박테리아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는데 여드름을 유발하는 세균이 가장 많았고, 궤양 폐렴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도 나왔다. 맨해튼의 한 은행에서 수집한 지폐 80장을 분석했는데 소량이지만 코뿔소 DNA도 있었다고 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맨해튼까지 오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 손을 거쳤을지 궁금하다.

▷한국은행이 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제거하겠다며 지폐를 전자레인지에 넣는 행위는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효과도 불분명한 데다 전자파가 돈의 홀로그램과 숨은 은선 등 위조 방지 장치에 영향을 끼쳐 불이 나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부조금으로 받은 현금 수천만 원을 소독하겠다며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가 찢어지고 떡처럼 된 젖은 종이뭉치를 가져온 사람도 있는데, 이틀간의 수작업 끝에 확인이 불가능한 것을 빼고 새 돈으로 교환받은 금액이 2200만여 원에 달했다. 손상된 지폐는 남은 면적에 따라 교환액이 결정된다.

▷1달러 지폐에 붙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섭씨 22도에서 약 8시간 이상 생존한다고 한다. 최근 미 육군 감염병연구소가 실험했는데 37도에서는 4시간가량으로 떨어졌다. 아직까지 지폐를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됐다는 보고는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에서 들어온 화폐를 150도 고열로 살균처리하고 소독된 금고에 2주간 보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지폐소독기를 운영하고 금고도 방역한다.


▷‘플라세보 효과’와 반대인 ‘노세보 효과’는 부정적인 암시로 병에 걸리거나 죽음에 이를 정도로 영향을 받는 심리 현상이다. 1950년대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한 포도주 운반선 냉동창고에서 한 선원이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됐다. 출항 때 동료가 모르고 문을 잠갔기 때문인데, 그는 벽에 자신의 몸이 서서히 얼어붙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적었다. 하지만 냉동창고는 실제론 가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창고 안 온도는 영상 19도였는데도 얼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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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니 철저한 예방은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이 지나친 나머지 우환을 자초해서도 안 되지 않을까. 돈에 묻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마른 천에 소독제를 묻혀 닦고, 그 뒤에 손을 잘 씻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일일이 다 닦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만진다면 의료용 장갑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방심해서는 안 되지만 검증도 안 된 개인 요법으로는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없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지폐 소독#지폐#병원균#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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