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을 프랑켄슈타인에 빗댄 폼페이오… 50년 우호정책 종식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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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일촉즉발]국교단절 직전 수준으로 충돌

휴스턴 中총영사관 짐 옮기는 택배직원 미국 택배회사 페덱스 직원이 23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에서 박스를 든 채 나오고 있다. 21일 미국은 “미 동부 시간 기준 24일 오후 4시(한국 시간 25일 오전 
5시)까지 이곳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휴스턴=AP 뉴시스
휴스턴 中총영사관 짐 옮기는 택배직원 미국 택배회사 페덱스 직원이 23일(현지 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에서 박스를 든 채 나오고 있다. 21일 미국은 “미 동부 시간 기준 24일 오후 4시(한국 시간 25일 오전 5시)까지 이곳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휴스턴=AP 뉴시스
사상 초유의 외교공관 폐쇄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관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에 빠졌다. 미국 외교 수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정면 비판하고 중국을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비유했다. 중국 역시 청두(成都) 주재 미 총영사관 폐쇄를 결정해 ‘당한 만큼 갚아준다’는 외교 원칙을 실행했다. 공관 폐쇄가 국교 단절의 예비 단계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양국 모두 최악의 상황은 피하려 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 폼페이오 “중국을 불신하고 검증하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 시간)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 시민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는데 중국 공산당이 그것을 이용해 먹었다”며 “중국은 포용정책의 혜택을 많이 입었음에도 자신을 먹여 살리는 국제사회의 손을 물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포용정책은 중국에서 이끌어내려 했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다시는 포용정책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연설은 미중 관계 개선의 상징적 인물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고향 캘리포니아 요바린다에서 이뤄졌다. 1972년 미 현직 대통령 최초로 중국을 찾은 닉슨 이후 약 50년간 이어진 대중(對中) 정책 기조를 바꾸고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옛 소련에 취한 접근법인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를 차용해 “중국에 대한 접근은 기본적으로 ‘불신하고 검증하라(distrust and verify)’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주역인 왕단(王丹),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웨이징성(魏京生)도 자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은 중국 인민의 솔직한 의견을 어떤 적보다 무서워한다”면서 중국인 스스로 체제 개혁을 이뤄내라고 촉구했다.

○ 미국의 중국 압박 이어질 듯

미국 내 중국인에 대한 압박도 이어졌다. 이날 미 법무부는 인민해방군과의 관계를 숨긴 채 비자를 부정 취득한 혐의로 왕신(王新), 쑹천(宋晨), 자오카이카이(趙凱凱), 탕쥐안(唐娟) 등 중국인 4명을 기소했다. 이 중 3명은 미 당국에 체포됐고 탕쥐안만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인민해방군 소속인 이들이 신분을 감추고 스탠퍼드대,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등 미 명문대에서 기밀 자료를 빼내 중국으로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 4명 외에도 미 25개 도시에서 인민해방군 신분을 속이고 비자를 받은 혐의로 중국인을 조사하고 있다.

양측 갈등은 더 확산될 여지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미 미국 내 중국 외교공관의 추가 폐쇄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이 추가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은 대응 방안의 하나로 미 외교관을 추방하는 강수를 둘 수 있다. 중국은 미 외교관들이 지난해 홍콩 반중 시위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청두 영사관 폐쇄까지는 72시간, 미 외교관 복귀까지는 30일의 시간이 주어진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72시간을 준 것과 똑같이 대응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상하이나 광저우 대신 청두 총영사관 폐쇄를 택한 것을 두고 중국 매체는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인 거주자가 많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대신 휴스턴을 고른 것 역시 전면전을 피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뉴욕=유재동 jarrett@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미중 갈등#외교공관 폐쇄#폼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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