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 대부’ 조영래 기린 공안 검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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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서 趙변호사 30주기 세미나 “평화적으로 어두운 시대 밝혔다”
국보법 수사 대신 근로자 권익 보호, 공안부분 정체성 변화 드러내
윤석열 총장도 행사 적극 권유

17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강당에 검사 60여 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조영래 변호사(사진) 사후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조영래 변호사의 삶과 헌법 가치’라는 세미나 자리였다.

인권 수호의 상징적 인물인 조 변호사를 기리는 이 세미나에는 과거 공안부로 불렸던 공공수사부 검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들 검사 중에는 조 변호사가 생전에 쓴 ‘전태일 평전’이나 조 변호사의 글을 모은 유고집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 등의 책을 들고 온 이도 있었다. 이날 세미나는 대검 공공수사부와 인권부 소속 검사들이 공동 주최했다.

조 변호사의 경기고·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홍훈 전 대법관(74)은 이날 조 변호사에 대해 “우수한 법조인이면서도 깊이 있는 인간미를 갖추어 정치 성향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존경을 받았던 친구”라고 회고했다. 이 전 대법관은 이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어두운 시대를 앞장서 밝혀 주었던, 마하트마 간디를 떠올리게 하는 친구”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의 고교 및 대학 1년 후배인 양건 전 감사원장(73)도 세미나에 참석해 “조 변호사는 공익법 운동에 큰 관심을 가졌고 변호사 사무실에도 ‘시민공익법률상담소’라는 간판을 내걸었다”며 “공익이라는 어휘가 갖는 국가 이익적 느낌에서 탈피하기 위해 ‘시민공익’이라고 작명한 것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인권 운동의 대부인 조 변호사를 기리는 행사에 공공수사부 검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을 두고 현 정부 출범 후 공안 수사의 정체성 변화를 드러낸 장면이라는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은 대북 사건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에 주력했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근로자 권익 보호 등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인권 침해 사건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공안부’라는 명칭도 ‘공공수사부’로 변경했다.

이날 세미나가 열리기까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면 지원도 한몫했다. 윤 총장은 평소 검사들에게 “어느 직역에 있든 이념이나 인생관에 상관없이 법률가라면 사표로서 배워야 할 분이 조 변호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공공수사부와 인권부 간부들에게 “조 변호사를 검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1984년 조 변호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한 망원동 홍수 피해 사건 손해배상소송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미국 집단소송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쓴 적이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공공수사부 검사는 “조 변호사의 인간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인권운동 대부#조영래#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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