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낙연 vs 저돌재명’… 與 1, 2위 벌써부터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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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姓 빼고 다 다른’ 이낙연-이재명… 진중한 前총리 vs 거침없는 도지사
재보선 공천 여부 등 설전 본격화… 이재명 “이낙연은 엘리트” 선수치자
이낙연 “난 빈농의 아들” 받아치기도

광주 찾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 이후 첫 지역 방문지로 광주를 찾은 이낙연 의원이 21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임기가 7개월로, 짧다면 짧은 만큼 불꽃처럼 일하겠다”고 
말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광주 찾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 이후 첫 지역 방문지로 광주를 찾은 이낙연 의원이 21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 임기가 7개월로, 짧다면 짧은 만큼 불꽃처럼 일하겠다”고 말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같은 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 간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발단은 이 지사가 촉발한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의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 공천 여부다. 당 안팎에서는 차기 대선을 노린 두 사람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그간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후보 공천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던 이 의원은 21일 라디오에서 “(공천 여부에 대해) 지금부터 당내에서 논란을 벌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가”라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 지사의 공천 불가론을 겨냥한 것이다. 이 지사는 전날 민주당이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비단 공천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저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으로 자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앞서 이 지사가 이 의원을 “엘리트 대학 출신”이라고 칭하며 ‘흙수저 대 엘리트’ 구도를 만든 것에 대한 응수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가난한 집안 사정 탓에 이 의원은 ‘안 죽으려면 가야지’ 싶어 군대에 입대했을 정도”라며 “그런데도 이 지사가 흙수저 대 엘리트 프레임을 만든 것에 이 의원이 상당히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현장 찾은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SLC 물류센터를 찾아 소방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지사는 피해 현황 보고를 받고 “화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용인=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사고현장 찾은 이재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1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SLC 물류센터를 찾아 소방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지사는 피해 현황 보고를 받고 “화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용인=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민주당이라는 한배에 타고 있지만 두 사람은 “성(姓)씨 빼고는 모든 것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상반된 캐릭터다. 이 의원은 ‘엄중 이낙연’이라는 별칭이 보여주듯이 신중하고 진중한 언행이 트레이드마크다. 이 의원이 총리 시절 보여준 차분한 이슈 대응력과 맞물려 ‘문재인 정부 인사 중 가장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를 낳게 한 핵심 정치적 자산이다. 하지만 총리를 마친 후에는 ‘지나치게 진중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속내를 쉽게 밝히지 않는 진중함이 중도·보수 진영 지지층에게 어필하는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다소 답답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지사와 비교해 보면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반면 치고 빠지는 아웃복서 스타일의 이 지사는 각종 현안에 대해 빠르고 거침없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제가 답변을 회피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며 저돌적인 스타일을 보여줬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성남시장 시절 스스로 ‘변방의 사또’라고 했던 이 지사가 지금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저돌적인 추진력과 언행이었다”며 “다만 정치적 무게감이 높아진 만큼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주변 의견도 많고, 이 지사도 이 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이 지사의 공천 불가 주장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계속 시끄럽다. (이 의원이) 답변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의 연관 정도가 서로 다른 것도 차이 중 하나. 이 의원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1월까지 역대 최장수 총리로 일했다. 반면 이 지사는 성남시, 경기도를 거쳤지만 청와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와 달리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임기 후반 문 대통령의 지지율 변동에 따라 이 의원과 이 지사의 대결 구도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이낙연#이재명#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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