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취업박람회도 비대면 전환… “집에서 진로상담 받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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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취업시장에 ‘언택트’ 바람

고려대가 8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온라인 취업박람회를 열기로 했다. 고려대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그동안 캠퍼스 내에서 개최한 취업박람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다. 왼쪽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서 열린 채용박람회. 캐치 제공·동아일보DB
고려대가 8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온라인 취업박람회를 열기로 했다. 고려대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그동안 캠퍼스 내에서 개최한 취업박람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다. 왼쪽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서 열린 채용박람회. 캐치 제공·동아일보DB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박모 씨(28)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숨이 늘었다.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공고가 눈에 띄게 줄어든 데다 취업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용설명회마저 사실상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각 기업이 학교를 찾아와 열곤 했던 채용설명회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사라져 아쉽다”고 했다.

박 씨는 최근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을 접했다. 자신이 다니는 한양대가 언택트(untact·비대면) 방식의 채용박람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캠퍼스 채용박람회는 각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로부터 채용과 관련한 정보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행사”라며 “온라인으로라도 채용박람회 개최가 검토되고 있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종 채용박람회가 무기한 연기되자 취업준비생들은 취업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에 대학가에선 비대면 채용박람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채용박람회 개최를 가장 먼저 결정한 건 고려대다. 고려대는 다음 달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채용마케팅 회사 한경디스코, 취업포털 캐치와 함께 ‘2020년 KU Job Fair(고려대 채용박람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국내 대학이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열기로 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고려대는 매년 9월이면 캠퍼스에서 오프라인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참여해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직접 검토하고 취업상담까지 해주는 행사다. 실제 면접 기회가 주어지고 채용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로선 매해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행사다. 지난해 박람회에는 삼성, LG, CJ 등 대기업을 포함해 155개 기업에서 인사 담당자와 직원들이 참여했다. 이들로부터 채용 정보를 얻기 위해 취업준비생 약 4200명이 몰렸었다.

각 대학 측에 따르면 캠퍼스 취업박람회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중요한 행사인 만큼 코로나19 확산 이후 행사 개최 여부를 묻는 학생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김재진 고려대 학생처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올해 취업박람회 개최 여부를 확인하려는 문의가 많았다. 학생들이 취업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이라며 행사를 비대면으로 전환해 개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 달 말부터 약 한 달 동안 열리는 고려대 캠퍼스 채용박람회에서는 기업별 채용설명회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직원 및 인사 담당자와의 일대다 화상상담, 채용 관련 질문을 등록하면 24시간 안에 기업 관계자가 직접 답변하는 채용상담 게시판, 기업 소개 및 홍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홍보관 등이다.

박람회 프로그램은 모두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재학생과 졸업생은 컴퓨터만 있다면 어디에서나 참여할 수 있다. 다음 달 24일부터 박람회가 끝나는 9월 25일까지 운영되는 참가신청 사이트를 통해 등록하면 된다. 학교 측은 다음 달 중 문자로 홈페이지 링크를 안내할 계획이다. 3일간 열렸던 오프라인 박람회와 달리 한 달에 걸쳐 열리기 때문에 학생들은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한양대 등 다른 대학들도 온라인 캠퍼스 채용박람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기업의 채용 트렌드가 상시채용 위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언택트 채용박람회는 코로나19 사태와 관계없이 향후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현대차, KT, LG 등 주요 대기업이 정기공채 폐지를 발표했다. 급변하고 있는 산업 환경의 흐름에 따라 적시에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직원을 한꺼번에 대규모로 뽑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다른 기업들도 공채를 폐지하고 연중 수시채용을 도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이에 맞춰 채용박람회도 상시적이고 유연하게 열릴 필요가 있는데 그러려면 언택트 방식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김준석 캐치 본부장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언택트 방식의 채용박람회가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통해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일자리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기업들에는 우수 인재와 맞닿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취업박람회#언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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