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미군 재배치 검토… 北에만 매달려 동맹 미래 방관할 때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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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 옵션을 올 3월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미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자는 “방위비를 더 내라는 압박 차원이 아니겠느냐”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물론 주한미군 감축 논란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동맹보다 돈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때마다 미군 감축을 함께 거론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달 독일 주둔 미군 9000여 명을 폴란드 등에 배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군 재배치는 언제든 실행될 수 있는 정책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7일 발표된 ‘국가국방전략(NDS) 이행, 1년의 성취’라는 자료에서 인도태평양사령부 등 몇몇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 수개월 안에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감축도 협상용 압박으로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13% 인상안을 거부한 뒤 한미 간 협상은 답보 상태다. 대선까지 협상 지연이 장기화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재선에 실패한다 해도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구조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시나리오별로 장·단기에 걸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우리 외교안보 당국이 이에 대처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정부의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에는 북한통은 넘쳐나지만 한미동맹의 미래를 긴밀하게 협의하고 조율할 미국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의 관심은 오로지 남북관계에만 쏠려 있는 양상이다. 긴밀한 외교적 협의와 조율로 미래의 불가측성에 대비해야 하지만 북한 비핵화와 대북정책을 두고 엇박자가 심해지면서 한미동맹의 견고함이 흔들리는 게 현실이다. 한미동맹 간 현안에 손놓은 채 대선이 끝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선 동맹 균열만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군#재배치#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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