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떠난 박원순…‘목숨 끊어 덮는 악순환’ 막으려면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13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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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13일 고인이 일하던 서울시청에서 엄수됐다. 고인은 말없이 떠났지만 일각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모든 것을 덮는 악순환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박 시장은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후 지난 10일 북악산 성곽길 산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이에 서울시가 박 시장의 장례를 5일장이자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고, 청사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56만명이 동의했고, 한 유튜브 채널이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지만 모든 장례절차는 당초 계획대로 치러졌다.

이러한 가운데 피해자 측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히자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는 “고인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재고해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입장을 내는 등 공방은 계속됐다.

그러자 보수 성향 교수단체인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가 ‘범죄연루자의 자살에 따른 수사 계속 및 장의 예우에 관한 법률’ 제정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 법률은 각종 공적 지위에 있는 자들의 자살은 예우의 대상이 되는 사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교모는 또 고인에 의해 성추행을 당한 피해여성에 대한 집단적 2차 가해를 일삼는 자들을 색출해 엄벌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며 “이상의 요구들이 인간의 양심과 상식에 부합함은 물론 최소한 한국 사회 시민운동의 길에 앞장 서 왔던 고인의 유지에도 부합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도 일간지 시론을 통해 Δ재직 중 행위에 대해 범죄 혐의가 제기된 후 불행한 선택을 한 공직자에 대해 국민 세금으로 추모 행사를 해선 안 되고 Δ공천한 정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 범죄 혐의를 받은 선출직 공직자가 수사와 재판에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대신 불행한 선택을 하는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찍이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에서 “권력자들의 인식 개선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관용의 법집행과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의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 고위 공직자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더 강화하는 것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힘이 있는 사람들이 실수에 대한 인정도 잘 안 할 뿐더러 주변에서 쉬쉬하고 덮는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계속 경계심을 갖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박 시장은 자필 유서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마지막 말을 남긴 바 있다. 여기에 피해자를 향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자 비난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피해자 인권회복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전후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박원순_수사과정_유출’, ‘#박원순_시장을_고발한_피해자와_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가 공유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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