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기부금, 필요한 곳에 투명하게 쓸게요”

황태훈 기자 입력 2020-06-30 03:00수정 2020-06-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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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선단체協, 해외사례 기반
비영리단체 가이드라인 마련
내역공개-모니터링 강화 노력
최근 일부 기부단체의 후원금 유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비영리단체의 후원 집행 프로세스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비영리 자선단체 투명성, 책무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금과 정보공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청계천에서 열렸던 한 단체의 나눔 행사에서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30대 직장인 A 씨는 우연히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홈페이지에서 한 장애아동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매달 5만 원씩 후원하기로 했다. 이후 A 씨는 재단으로부터 후원하는 아동의 성장발달보고서와 소식지, 연간보고서를 받아보며 후원금의 사용처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일부 기부단체의 경영에 대한 투명성 논란이 제기된 후로는 후원금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밀알복지재단이 운영 중인 후원자 모니터링단 ‘어울림’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재단이 진행하는 국내외 사업과 재정운영, 후원 회비 및 모금활동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결과에 만족한 A 씨는 후원을 계속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이사장 강명순)에 후원을 하고 있는 전업주부 B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두 아이를 둔 B 씨는 나눔회에서 소개한 빈곤아동의 사연을 접하고 결연후원을 하기로 맘을 먹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의 일부를 후원하기도 했다. 나눔회가 제공하는 각종 정보를 받아보며 후원 활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던 B 씨는 기부단체 후원금 유용 논란이 일어나자 추가 정보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나눔회 홈페이지를 찾아 재정현황 등을 확인하고 나눔회 실무자에게 설명을 직접 듣기도 했다.


○ 후원금 사용처 다양한 루트로 확인 가능하다
이처럼 최근 비영리단체의 후원금 집행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확인하려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후원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선의로 시작한 기부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단체는 후원자들의 이 같은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후원 중단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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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등은 이런 상황과 관련해서 “일부 단체의 문제가 전체의 문제인 양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 “후원금 운영을 철저히 관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원 신청이 완료되면 기부자가 희망하는 사업 분야를 확인하고 대상자를 결정한다. 이후 수술비, 생계비 등 지원 예산을 수립하고 투명하게 집행됐는지 대내외적으로 평가한 뒤 후원자 피드백까지 이뤄진다는 것이다.

후원자들은 비영리단체의 운영과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밀알복지재단의 경우 홈페이지에 매월 납입된 후원금과 집행내역, 재산수입 등 발생한 모든 수입과 지출을 고시하고 있다. 기타 업무추진비 등 세부내역까지 원 단위로 공개하고 있다. 이사회 회의록과 외부회계법인의 감사보고자료 등 회계상 주요 정보가 담긴 문서들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소식지와 SNS, 유튜브, 이메일 등 다양한 채널에서도 후원금으로 진행한 사업 후기를 알리고 있다. 그 덕분에 밀알복지재단은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시설 운영법인에 부여하는 ‘서울특별시 인증법인’과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성실공익법인은 운용소득의 80% 이상 사업 집행 여부, 목적사업에 맞는 전용 계좌 운영 여부 등 기부금의 투명한 사용을 판단하는 8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지정된다.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후원자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한국자선단체협의회(이사장 이일하)와 함께 공익법인 투명성, 공정성 검증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도 기관별 모금액에 따라 담당 행정기관에 매년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계획을 제출하여 모집등록증을 교부받고 후원금품 모금 및 집행현황 결과를 서울시 등에 보고하고 있다. 나눔회 관계자는 “후원금 모금으로 진행되는 연간 사업과 예산 수립에 대해 이사회 및 총회의 심의와 승인을 받고 집행 이후 결과 점검도 이뤄진다. 3년마다 한 번씩 보건복지부 감사를 받으며 지정기부금 단체로 투명한 기부금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페이지에 후원금 사용에 대한 내부 및 외부 감사보고서, 명세서를 올리고 국세청 공시자료에는 기부금 지출 건별로 세부사항을 기록해 후원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에서도 비영리단체들의 운영 상황에 대한 점검이 가능하다. 사업과 재무현황에 대한 주무 관청의 지도점검 이행과 행정안전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및 보건복지부 ‘사회복지 재무회계 규칙’ 등 관련 법규 준수 여부도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매년 국세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공익법인의 책무성 및 투명성과 재무안정성을 평가하는 ‘한국가이드스타’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 후원금 관리 투명성 강화 가이드라인 마련된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비영리단체 대부분이 재정 투명성, 책무성, 신뢰성을 바탕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지만 최근 일부 단체의 부실한 관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기부금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국회나 정부는 투명성 강화를 위해 무수히 많은 법안들을 쏟아내고 소관 부처는 관리, 감독법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다수의 선량한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이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단체들은 대부분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기부금이 줄면 사업의 규모도 줄어 예정된 사업을 추진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취약계층 지원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협의회는 비영리단체 기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와 투명한 관리로 후원자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계획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비영리단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기부를 원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기부자가 후원한 기부금이 원하는 이에게 제대로 사용됐는지를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단체들이 투명하게 후원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기부자 개개인에게 이를 상세하게 알리는 면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미국, 영국 등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 비영리단체들을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하며 투명성을 확보했는지를 조사했다.

미국은 1912년에 설립된 비영리 자선단체 평가 인증기관인 BBB(Better Business Bureau) 와이즈기빙얼라이언스(Wise Giving Alliance)가 자선단체의 평가기준과 투명성, 책무성 등 평가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10억 개가 넘는 미국 자선단체들을 평가하며 자선단체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기부자들이 믿을 만한 자선단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BBB는 비영리단체, 자선단체, 기업재단 등을 대상으로 감독, 재정, 모금 및 정보공개, 효율성 측정 등 4가지 카테고리로 평가, 인증작업을 하고 있다. 회계전문가, 비영리단체 종사자, 기부자, 잠재적 기부자,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평가기준을 개발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는 BBB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법제도에 맞게 ‘비영리 자선단체 투명성, 책무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BBB의 평가기준인 감독, 사업의 효율성 평가, 재정, 모금과 정보공개 항목에 조직의 역량 강화를 추가했다. 한국에만 있는 법 제도까지 추가해 총 29개 항목으로 구성했다. 국내 비영리 전문 공인회계사와 학계 관계자, 자선단체 단체장, 실무자, 기부 관련 법령을 갖고 있는 소관 부처 등에 자문을 구하고 의견을 반영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불거지는 기부금의 투명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비영리 자선단체 가이드라인을 공유해 자선단체를 냉정히 평가하고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기업#나눔#다시희망으로#기부금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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