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유치원, 음식 6건 보관 불량… 2년전엔 회계부정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안산 유치원 14명 햄버거병 증세
원생 가족-인근 유치원서도 식중독… 당국 “햄버거병 집단증세 흔치않아”
식재료 납품업체 등 정밀 조사… 학부모 “원인 철저 규명” 靑청원

집단 식중독 발생으로 휴원한 경기 안산시 상록구 A유치원의 문이 25일 굳게 닫혀 있다. 이날까지 식중독 환자 100명이 발생한 가운데 최소 14명이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환자는 신장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다. 안산=뉴스1
집단 식중독 발생으로 휴원한 경기 안산시 상록구 A유치원의 문이 25일 굳게 닫혀 있다. 이날까지 식중독 환자 100명이 발생한 가운데 최소 14명이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환자는 신장 투석 치료까지 받고 있다. 안산=뉴스1
경기 안산시 상록구 A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환자 중 최소 14명이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의심 증상을 보여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식중독이 처음 발생한 A유치원뿐 아니라 해당 유치원생의 가족, 상록구의 또 다른 B유치원 등에서도 집단 식중독이 발병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햄버거병은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경우 드물게(2∼7%)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통상 집단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햄버거병이 맞다면 이례적인 집단 발병인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25일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에 걸려도 설사만 앓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처럼 햄버거병 의심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햄버거병의 치명률은 약 3∼5%다.

문제는 성인보다 소아에게 햄버거병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양철우 가톨릭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는 “대개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소아나 어르신들에게 발생한다”며 “이 경우 면역 기능이 성인에 비해 떨어져 용혈성 빈혈이나 급성 신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소아 환자의 경우 3주 동안 대장균이 검출돼 성인에 비해 3배가량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식중독 집단 발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주로 소에서 발견되며 양, 염소, 돼지, 개, 닭 등 가금류에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제대로 익히지 않은 소고기나 오염된 음식, 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된다. 방역당국은 보존식과 유치원 조리기구, 문고리, 교실, 화장실, 식재료 납품업체 조리기구 등 모두 104건을 조사하고 있다.

일단 역학조사 과정에서 A유치원이 식중독 등에 대비해 따로 보관해야 할 음식 6건을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유치원 5세 아이의 학부모라고 밝힌 한 시민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유치원은 2018년에도 수억 원의 회계 부정으로 감사에 걸린 적이 있다”며 “보존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아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있는데도 겨우 5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회계 부정 적발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안산시에 따르면 상록구 B유치원에서도 원아 8명과 교사 1명이 노로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식중독 증상을 보여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두 유치원은 10km 이상 거리가 떨어져 있고, 아직까지는 식자재 공급 등에서 연관 고리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같은 구의 유치원에서 잇달아 식중독이 발생한 것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 햄버거병에 걸렸다며 당시 5세 어린이의 부모가 한국맥도날드와 직원 4명을 고소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들의 상해가 한국맥도날드 햄버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이 어린이는 신장 기능의 90%를 상실해 현재까지도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제대로 익히지 않은 소고기나 오염된 식품 섭취로 인해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뒤 신장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질환.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 중 2∼7%에서 발병한다. 성인보다 유아나 노인이 많이 걸린다. HUS 환자의 50%가량은 신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미국에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은 사람 중 47명이 한꺼번에 감염돼 ‘햄버거병’으로도 불린다.

이소정 sojee@donga.com·김소민 / 안산=이경진 기자
#식중독#유치원#햄버거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