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행동, 이런 생각… ‘20세기 라떼’인가 ‘21세기 매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책 ‘20세기 회사예절…’ 통해 본 2050 직장인들의 제각각 반응

《“이런 것까지 신경 쓰라고요?” “그게 어렵나! 라떼(나 때)는 말이야….” 10년 아니라 1년에도 강산이 변하고 다섯 살 차이만 나도 세대 차이 느낀다는 요즘. 서로 너무 다른 시대를 살아온 개개인이 모인 직장에서는 당연했던 관행의 적정선을 가늠하기 어렵다. 상사는 매너를 요구하다 ‘꼰대’ 소리 들을까, 젊은 직원은 악의 없는 행동이 무례하다 오해받을까 두렵다. 이런 세태 속에 최근 나온 책 ‘20세기 회사예절, 21세기 사원 매너’(더난출판)는 흥미롭다. 용모와 복장부터 인사 대화 출퇴근 매너까지 시시콜콜히 알려준다.》


책이 소개하는 매너 10개 항목에 대해 건설 금융 미디어 유통 정보통신 법조계에서 일하는 20∼50대 직장인 23명의 반응을 들어봤다. 항목마다 ‘매너다=○’ ‘상황 따라 다르다=△’ ‘라떼(과도함)다=×’를 표시하고 의견을 달도록 했다.

대체로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 된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인사나 상석 관련 매너는 40, 50대와 20, 30대 의견이 명확히 엇갈렸다. 한 30대 직장인은 “실무적으로 매너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업무 역량”이라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응답 내용.

1. 남성은 코털 간과하지 말고 여성은 스타킹 구멍 안 나도록 조심하기

20대: ‘(×)능력과 상관없는 개인 문제’ ‘(△)스타킹 구멍은 불가항력이지만, 코털은 불가항력이 아니죠?’

30대: ‘(×)악취, 청결만 신경 쓰면 된다’ ‘(△)개미 다리처럼 삐져나온 코털은 남녀노소 인종불문 싫다’

40대: ‘(×)사원끼리 오래 쳐다볼 일도 없을 텐데’ ‘(○)김칫국물 묻은 옷 입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

50대: ‘(○)자신에 대한 책임’ ‘(○)비즈니스 매너의 기본은 용모 단정, 의관 정제’

2. 인사도 월급에 포함, 출퇴근할 때 상사에게 인사하자

20대: ‘(×)이러는 후배, ‘오버’스러워 놀랐다’ ‘(×)인사를 하고 싶도록 유대를 쌓자’

30대: ‘(×)구시대 유물’ ‘(△)동료에게도 인사는 매너’

40대: ‘(△)눈이 마주치거나 동선 겹치면’ ‘(○)누구든 먼저 본 사람이 인사하자’

50대: ‘(○)인사는 동서고금의 매너’ ‘(○)상사에게 인사는 좋은 습관’


3. 승용차에서 손님이나 선배를 상석에 앉게 하는 게 예의

20대: ‘(×)그래도 꼰대들과 택시 타면 네이버로 검색은 해본다’ ‘(○)상석이 따로 있긴 하다고 들었다’

30대: ‘(×)먼저 앉는 순으로 간다’ ‘(○)서로 지키는 게 편하다’

40대: ‘(○)별 차이 없으니 따지는 사람에게 양보’ ‘(○)식당처럼 차도 마찬가지’

50대: ‘(○)내가 불편하면 지켜야’ ‘(○)승하차 편의를 위함이므로 경로 우대 차원’


4. 벨소리 3번 이상 울리기 전에 전화받기

20대: ‘(×)별 신경 안 씀’ ‘(○)안 받으면 시끄럽다’

30대: ‘(×)전형적 군대식 문화’ ‘(×)누가 벨소리를 세지…’

40대: ‘(○)선배든 후배든 먼저 신경 쓰면 배려’ ‘(○)늦게 받으면 회사 이미지에 안 좋음’

50대: ‘(×)늦게 받아도 업무규정 맞춰 응대하면 그만’ ‘(○)공동 공간에서는 진동이 매너’


5. 오후 5시 59분 컴퓨터를 끄면 퇴근만 기다린 것 같은 인상. 마땅히 업무 없어도 늦은 오후 상사에게 할 일을 확인하자

20대: ‘(×)주는 만큼 일하자’ ‘(×)일 잘하는 놈에게 일 더 준다. 퇴근만 기다린 인상이라면 정확히 본 것’

30대: ‘(×)업무 지시 원활히 하면 될 문제’ ‘(△)꼰대 의식 가진 1960, 70년대생이 많으면 생활의 지혜. 1980, 90년대생이 주를 이루는 스타트업에서는 불필요’

40대: ‘(○)상사도 후배에게 도와줄 일을 물어보자’ ‘(×)할 일 있다면 이야기했겠지’

50대: ‘(×)일은 스스로 하는 것’ ‘(×)분위기 보면 안다. 그렇다고 59분에 딱 맞춰 끄는 건 좀…’

6. 책상은 제2의 얼굴. 2, 3일에 한 번 책상 닦기, 쓰레기는 눈에 보이는 대로 치우기

20대: ‘(×)남의 책상까지 간섭하는 건 피곤한 삶’ ‘(×)백색소음처럼 좀 더러워야 집중되는 사람도 있음’

30대: ‘(×)개인 책상은 마음대로 쓸 권리 있다’ ‘(△)악취 해충 등 없으면 상관없음’

40대: ‘(×)누군가는 정글에서 창의력을 끌어냄’ ‘(○)청결한 게 좋은 것은 당연’

50대: ‘(×)개인의 스타일 인정해줘야’ ‘(○)사무 공간은 공동의 공간’


7. 악수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기혼자가 미혼자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청하는 것

20대: ‘(×)듣도 보도 못한 매너’ ‘(×)위계질서 파악하려고 머리 굴리면 인생 낭비’

30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남녀가 무슨 상관. 악수가 화살표도 아니고’

40대: ‘(×)만나서 반갑거나 헤어져서 아쉬운 사람이 먼저 청함’ ‘(△)격식은 맞지만 누가 먼저 건네도 좋다’

50대: ‘(×)악수하는 의미가 중요’ ‘(×)위계를 따질 문제는 아님’


8. 같은 말이라도 ‘쿠션 화법’ 등 활용해 완곡하게 의사 전달하는 게 배려

20대: ‘(×)쿠션어 없이 말하면 성질내는 줄 아는 꼰대 있다면 완곡한 의사 전달도 방법이나 과도함’ ‘(△)당장 듣기엔 좋을 수 있어도 경제적인 언어는 아니다’

30대: ‘(△)상황과 내용, 상대에 따라 달라’ ‘(○)감정을 고려해야 효율적 소통’

40대: ‘(△)맞는 말이나 아무리 써도 못 알아들으면 ‘직구’가 답’ ‘(△)상황에 따르면 됨’

50대: ‘(△)명확한 의사 전달 생각하면 때론 불필요’ ‘(○)직장 내 갑질 근절 차원에서’

9. 카카오톡은 근무시간 외 사전 양해 없이는 쓰지 않는다.

20대: ‘(△)급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답은 늦을 수 있음’ ‘(○)점심 시간에도 되도록 연락하지 않았으면’

30대: ‘(○)퇴근 후 카톡은 인간적 기대 저버리는 것’ ‘(△)별도 사내 규정 없는 한 지양해야’

40대: ‘(○)백번 지당한 소리’ ‘(△)업무용으로 불가피한 경우 있다’

50대: ‘(△)전화가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업무 관계라면 충분히 사용 가능’


10. 호칭은 상대 나이보다 직함에 맞추는 게 좋다.

20대: ‘(△)그렇게 서열이 좋다면 군대에 다시 가자’ ‘(○)나이는 나이일 뿐, 직급 우선’

30대: ‘(○)일로 만난 사이니까’ ‘(×)직함 외우느라 머리만 더 터진다’

40대: ‘(○)회사는 일하려고 모인 곳’ ‘(△)사내에선 직함, 사적 자리에선 합의에 따라’

50대: ‘(○)업무 효율성 및 책임감을 위해’ ‘(○)회사는 나이보다 역할이 중요’


▼ “평화로운 직장생활 위한 20.5세기의 소통 가이드” ▼

저자 신혜련 대표


‘20세기 회사 예절, 21세기 사원 매너’ 저자인 신혜련 아이비전컨설팅 대표(41·사진)는 “평화로운 직장생활을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삼성에버랜드로 시작해 신세계, CJ 등에서 사원 교육 기획을 했다.

신 대표는 “여전히 많은 회사가 20세기형 예절을 중시한다”며 “조직 전체로 보면 ‘20.5세기’에 살고 있어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부 항목이 개성을 과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은 인정하면서도 ‘필요악’으로 봐 달라고 했다.

“20세기 문화가 바뀌는 데 20년은 걸릴 거예요. 1980, 90년대 출생자들이 관리자급이 돼야 할 것이기에 어느 정도 기성세대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러면서 “상사도 ‘버릇없다’고 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애정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을 위해 에너지를 투자하는 건 조직 간 비효율 해소를 위한 관리자의 업무죠. 그런데 조직문화 강의를 다녀 봐도 관리자들은 교육에 참여하지 않아요. 상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나 때는 말이야’ 하면 당연히 대화가 안 되죠. 세대 간 차이를 인정해야 창의적인 문화도 생깁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