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도시 순천 도심에 꽃사슴 무리 잇따라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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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 근린공원-동천 주변에 시민 신고 한 달에 2, 3건씩 접수
“도심도로 횡단해 차량 운행 멈춰”

지난달 전남 순천시 조곡동의 한 도로를 건너는 봉화산 꽃사슴 무리. 시민이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순천시 제공
지난달 전남 순천시 조곡동의 한 도로를 건너는 봉화산 꽃사슴 무리. 시민이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순천시 제공
14일 전남 순천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봉화산 근린공원과 동천 주변에서 꽃사슴 무리가 목격되고 있다는 시민 신고가 한 달에 2, 3건씩 접수되고 있다. “꽃사슴들이 봉화산 인근 하천인 동천에 물을 마시러 내려왔다” “꽃사슴들이 도심 도로를 횡단해 차량이 운행을 멈췄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시민들은 “도심에 사슴이 산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꽃사슴의 출현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해발 355.9m인 봉화산 근린공원은 조곡동, 조례동, 용당동, 생목동과 서면 일대 507만 m²로 순천의 도심 허파 기능을 하고 있다. 봉화산 둘레길을 모두 걸으려면 반나절은 걸린다. 시민들은 도심에 나타난 꽃사슴들이 10여 년 전 순천시 조례동의 한 백화점 인근 사슴농장에서 봉화산으로 탈출한 사슴들이 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순천시는 봉화산에 꽃사슴 70∼8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순천은 도심에서 꽃사슴이 서식할 수 있을 정도로 생태계가 살아있다고 분석한다. 꽃사슴 서식지인 봉화산 옆에는 동천이 있다. 동천은 서면 청소골에서 대대동 순천만까지 순천 도심을 따라 24km를 흐른다. 동천에서는 최근 하천 생태계 복원 지표인 은어가 발견됐다. 동천 주변에서는 수달과 구렁이,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4종과 두견이, 소쩍새, 솔부엉이, 원앙 등 천연기념물 9종을 포함한 449종이 관찰됐다. 순천은 또 순천만과 순천만국가정원을 비롯해 도심 공원 230개가 있는 등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다.

김인철 순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봉화산에서 사슴의 서식이 가능했던 것은 동천이 도심과 조계산 등을 연결하는 생태통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봉화산과 동천에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고 있어 안정적인 서식처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꽃사슴 무리를 반기지만 봉화산에서 경작하는 농민들은 피해를 호소한다. 봉화산 자락에서 나무를 키우는 김모 씨(73)는 “꽃사슴이 사철나무 잎을 먹어 나무 2만여 그루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피해를 입었는데 꽃사슴이 울타리를 넘어와 사철나무 잎을 먹으면서 묘목을 흔들거나 부러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현행법상 꽃사슴이 야생동물이 아닌 가축으로 분류돼 있어 농민들의 피해 보상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순천시는 내년에 봉화산 꽃사슴 무리에 대한 개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개체 조사 후 꽃사슴 무리에 대한 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회만 순천시 공원녹지과장은 “시민들이 봉화산 사슴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체 조사를 통해 보전과 활용, 개체 수 조절 등의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생태도시 순천#꽃사슴 무리 목격#봉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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