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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경제|부동산

불확실한 세운상가 재개발… 3구역 보류에도 4구역 분양 ‘형평성 논란’

입력 2019-02-26 08:57업데이트 2019-02-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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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온 소중한 생활유산을 지켜나가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3일 서울시 일대 ‘노포(老鋪)’ 보존 방침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차원에서 오래된 상가나 음식점을 소중한 생활유산으로 여기고 이를 적극 보존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으로 지난 13년간 추진돼온 을지로 세운3구역 재개발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현재도 서울시와 해당 토지주들, 상인들의 대립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불확실한 서울시 행정에 토지주들과 상인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운3구역은 대지면적 3만6747㎡로 2014년에 지정됐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8개 구역 중 면적이 가장 크다. 2006년 각종 공구상과 철물상 등이 밀집한 ‘공구거리’를 대상으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발표, 이후 2014년 세운3구역을 10개 작은 구역으로 나눠 ‘2020 다시·세운 프로젝트’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을 위해 세운상가 재개발사업 방향을 틀었다. 이로 인해 세운 3구역 일대 관련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이곳에는 을지면옥이나 양미옥 등 오래된 유명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시가 이를 보존하겠다고 나서자 재정비사업 지도가 완전히 바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또한 세운3구역 인근에 위치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 재개발도 공구상가 상인 이주 등 종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 추진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해당 구역은 서울시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이미 세부계획이 수립됐지만 원점으로 돌아가 새 판을 짜야할 상황이다.

세운3구역 시행을 맡은 한호건설 측 관계자는 “노포가 위치한 세운 3구역 일부를 빼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뿐더러 고도제한이나 골목길 재연 등 까다로운 서울시 건축 규정을 맞추기 어렵다”며 “예정대로라면 올해 추진돼야할 사업이 연말까지 서울시 변경 계획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늘어나는 보상비용도 부담으로 작용된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2014년 확정된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이 이듬해 ‘역사도심기본계획’을 반영하지 못해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역사도심기본계획에 따르면 세운상가 일대에서 을지면옥, 양미옥, 조선옥 등 16곳이 보존 가치가 있는 생활유산으로 지정됐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2014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계획 수립 당시엔 물길을 보존하는 쪽에 집중했다”며 “역사도심기본계획에 생활유산을 정리해 반영했으나 법제화된 제도가 아니어서 일부가 철거 대상이 되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세운3구역 토지주들은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급기야 서울시에 탄원서까지 제출하고 원만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토지주 420명이 서울시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서울시의 정책 혼선으로 10년이 넘도록 사업 진척이 없어 지주 모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도시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30년 동안 건물 증개축도 하지 못했고, 토지담보대출 등 비용 문제로 고통을 받은 땅주인 가운데 수십명은 땅이 경매에 넘어갔다”고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세운4구역 일대에 조성되는 오피스텔, 판매시설, 업무시설, 숙박시설 등을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음달 31일까지 분양한다고 밝혔다. 세운4구역은 종로구 예지동 85 일대(2만9854㎡)에 자리잡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 구역 중 유일하게 통합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비 4400억 원을 들여 총 연면적 30만㎡ 규모 복합시설을 조성한다.

토지주들은 시행사가 서울도시공사인 4구역은 60년 이상된 노포가 즐비했지만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이곳에는 3구역 을지면옥이나 우래옥처럼 기업형이 아닌 곰보냉면, 원조함흥냉면 등 개인이 오랫동안 운영했던 가게가 터전을 잡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주체 사업은 노포 보존 방침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진행됐고, 나머지 민간 추진 사업은 길이 막혀버린 상황이 벌어졌다.

세운3구역 토지주들은 “2011년 서울시 정책변경으로 토지주 2명이 자살하고 100여명의 지주가 경매로 토지를 빼앗겼다”며 “세운지역은 화장실도 없어 참고 일하다 지하철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만큼 개발이 시급한 지역”이라며 말했다. 이어 “세운3구역 토지주들은 법령에 따라 수백여차례 서울시와 협의를 거치는 등 지난 6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세운3구역 사업시행 인가를 완료했지만 물거품으로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반대로 세운상가 일대 영세상인들 역시 서울시 개발 사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와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서울시·중구청 상대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6일과 23일 세운 재정비촉진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 한다고 했으나 그 이후 하루도 공사는 멈춘 적이 없다”며 “공사 지역에서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석축이 나왔음에도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도시재생실 역사도심재생과 다시세운사업팀 관계자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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