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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왕의 위엄’ 상징 취타대 호위… 궁중의례용 10폭 병풍…

입력 2017-11-08 03:00업데이트 2017-11-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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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25년만의 국빈 방문]국빈방문에 맞춘 품격 의전
트럼프 향해 ‘엄지 척’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건배 제의를 통해 “한미동맹을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만들기 위한 여정에 항상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한 파트너로서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가 번영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7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한 공식 만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 정중앙의 대형 화면에는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라는 대형 문구가 띄워졌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을 배경으로 혈맹인 한미동맹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슬로건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입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환히 웃으며 머리 위로 손을 크게 흔들었다. 문 대통령이 만찬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1년을 어떻게 축하드릴까 고민한 끝에 한국의 국빈으로 모셔 축하 파티를 열기로 했다”고 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 쪽으로 몸을 기대 경청하던 트럼프 대통령도 연신 “Thank you(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 트럼프 “한미동맹이 더 깊고 확고한 시기”

문 대통령은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지금 위대한 미국을 만들고 있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건배사를 하러 연단에 올라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다가가 건배를 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술을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만찬주 대신 잔에 콜라를 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답사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한미 동맹이 더 깊고 확고한 시기”라며 “열정과 미래로 한국은 성공을 보여줬다”고 화답했다.


청와대는 25년 만의 미국 대통령 국빈 방문에 걸맞게 품격 있는 의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한국 전통문화를 의전에 가미해 동서양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앞서 오후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탑승한 전용 리무진 ‘캐딜락원’이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다다르자 전통 의장대가 차량을 둘러싸며 호위했다. 조선시대 왕이 행차할 때 ‘왕의 위엄’을 세우던 악단 취타대가 함께했다. 차량 이동은 걷는 속도로 천천히 이뤄졌다. 마치 조선시대 왕이 궁궐로 들어가는 듯한 영접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상춘재에서 모란도 10폭 병풍 앞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평창의 고요한 아침’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조선 왕실의 궁중의례 때 쓰이던 병풍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국빈 방문에 걸맞은 예우를 갖추는 의미를 담았다.

오후 8시 10분경부터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만찬에서도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퓨전 메뉴가 제공됐다. 만찬은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동국장 맑은 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 등 4종류로 구성됐다.

특히 가자미구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요리이자 6월 백악관 만찬에서 문 대통령을 위해 내놓은 메뉴였다. 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도 가자미로 만들었다. 흔한 서양 조리법을 사용하지 않고 한안자 명인의 동국장이 사용됐다. 공식 만찬주로 국내 중소기업에서 제조한 청주인 ‘풍정사계(楓井四季) 춘(春)’이 제공됐다.

○ 국악 가락에 어깨 들썩인 트럼프

만찬 기념공연에선 KBS교향악단이 첫 곡으로 프란츠 폰 주페의 ‘경기병서곡’을 연주했다. 이 곡은 19세기 경기병의 군대 생활을 묘사한 곡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전진한 한미동맹의 여정을 보여주기 위해 선곡했다는 후문이다.

연주자 정재일 씨와 ‘국악 신동’으로 유명해진 유태평양 씨는 ‘축원과 행복’을 기원하는 ‘비나리’를 사물놀이 가락 위에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연주했고 가수 박효신 씨가 자신의 곡 ‘야생화’를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재일 유태평양 씨의 국악 연주 때 리듬을 타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이어 공연 후에는 손을 높게 들어 박수를 쳤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국빈 만찬에는 국내 정치·경제·문화계 ‘대표 선수’ 122명(우리 측 70명, 미국 측 52명)이 12개 테이블에 나뉘어 앉아 우정을 나눴다. 정계에서는 여야 대표도 참석했다. 청와대 초청행사에 불참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이날은 초대에 응했다. 독일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이날 오후 귀국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불참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경제계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미국 뉴욕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모델 한혜진 씨는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 여사를 겨냥해 초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아 여사는 평소 구치 브랜드에 애착을 갖고 있는데 한 씨가 구치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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