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문-이과 택일?… 앞으론 통합형 인재가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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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와 교양 교육은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버드 학생들은 더 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파리드 자카리아·사회평론·2015년)

얼마 전 만난 지인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자녀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향후 취업을 생각하면 이과를 선택하는 게 낫겠지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문과 진학을 원하면 말릴 수는 없다”며 “아이가 취업할 즈음 문과 출신이 유리해지는 환경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인구론’(인문계의 90%가 논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등의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인문계 출신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과가 각광받기 전에는 경제학이나 경영학 전공자가 구직 시장에서 우대를 받았다. 그 이전 세대도 문과 출신이 강세를 보였다. 오죽하면 ‘이공계 기피’ 현상이 문제가 됐을까. 20∼30년 후 그의 자녀가 취업을 할 때 다시 문과 출신이 유리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전공이 등장할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외교정책 자문가이자 언론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전공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떤 전공을 선택하느냐에 관계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고, 학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에서 배운 전공은 생계를 위해 얻는 직업과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은 취업 때 도움을 줬던 대학 전공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는 방법을 익힌 사람만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며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지인은 “아이가 똑똑했다면 문과와 이과를 둘 다 공부하라고 시킬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말에 정답이 숨어 있다. 가장 성공한 젊은 기업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과 컴퓨터과학을 동시에 공부했다. 그가 심리학에만 심취했다면 몽상가가 됐을 것이고, 컴퓨터에만 빠져들었다면 괴짜로 남아 있을지 모를 일이다. 자카리아는 마지막으로 기술과 교양 교육의 균형이 이루어진 대학이 일부에 불과한 게 문제라고 비판한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한국의 교육기관들이 꼭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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