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방지 명시 않는 대신 ‘비정상 사태 없어야’ 조건 달아

윤완준기자 입력 2015-08-26 03:00수정 2016-01-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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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치에서 대화로/성과와 한계]北 강력 반발에 막판 타협
포문 닫은 北, 확성기 끈 南 남북 고위급 접촉 협상이 타결된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대수압도의 해안포 포문이 닫혀 있다(위 사진). 이날 낮 12시 중부전선에서는 한 병사가 대북 확성기의 전원을 끄고 있다(아래쪽 사진). 남북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던 22일 해안포 포문이 열려 있는 모습(가운데 사진)과 대조적이다. 연평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국방부 제공
남북이 25일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공동보도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이다. 북한 대표단은 협상 과정에서 목함지뢰 도발을 시인하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북한 대남도발의 총책 격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외신 기자회견을 하는 등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향해 지뢰 도발 자체를 부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대표단은 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한국 대표단에 ‘우리가 어느 수준으로 해주면 좋겠느냐’고 물어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발언을 근거로 공동보도문에 명시된 북한의 유감 표명이 지뢰 도발에 대한 분명한 시인과 사과라고 설명했다.

○ “재발방지 부분 협상이 가장 어려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와 함께 강조한 재발방지 약속은 공동보도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그 대신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8월 25일 낮 1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문안으로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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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도발이 다시 생기면 확성기 방송이라는 응징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을 명시했기 때문에 재발방지 확약 문구보다 더 실질적이고 강력한 재발방지 효과가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안만 놓고 보면 8월 25일 낮 12시 이후부터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의 효력이 모호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대표단의 당초 목표는 북한의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공동보도문 문구에 명시하는 것이었다. 유감 표명에 대해서는 23일 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비공개 1 대 1 회동 이후 북한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재발방지 명시는 협상 마지막 순간까지 강하게 반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유감 표명에 이어 재발방지까지 북한이 주체가 되면 북한에 백기를 들라는 것”이라며 “이는 현실적으로 관철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협상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재발방지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 정부 “군사적 긴장 완화가 목표”

결국 재발방지 부분은 남북 타협의 산물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7 대 3으로 한국이 이긴 것”이라며 “남북 협상에서 10 대 0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책임자 처벌을 협상에서 거론했지만 처벌 약속을 명확히 요구하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는 정부가 도발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대북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무릎 꿇리지 않는 협상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군사적 긴장 국면을 완화시키는 게 목표였고 이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막판 협상이 진행되던 24일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확성기 방송 중단도 없다”고 밝혔다. 대북 원칙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감과 정부 목표의 간극이 엿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현안 논의할 고위급 접촉 열리나

남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회담(서울 또는 평양) 개최와 함께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수시로 ‘2+2’ 고위급 접촉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접촉은 도발로 인한 긴장 국면 해소에 집중했다. 이 고비를 넘은 만큼 추가 접촉이 열릴 경우 우리가 원하는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경원선 남북철도 복원과 북한이 원하는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2+2 회담에서 빅딜을 이루면 그 합의 사항을 군사 사회문화 경제협력 등 각 분야의 회담으로 가지를 뻗어갈 수 있다. 정부가 남북회담의 정례화 체계화 계획을 밝힌 것은 이런 맥락이다.

남북 회담이 본격화되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상 궤도에 올라 남북 정상회담도 바라볼 수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신뢰가 구축되면 하반기에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고 내년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합의 이행이 관건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열린 남북 고위급 약식 회담에서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도 북한이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무산시켰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대화 전망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않는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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