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서울김장문화제 중 ‘김장 달리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16일 배추를 안고 서울 세종로를 달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청계광장-서울광장을 잇는 세종로 일대에서 14일부터 사흘간 개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잊혀져가는 한국의 전통문화인 ‘김장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열린 ‘2014 서울김장문화제’가 16일 막을 내렸다. 14일부터 3일간 서울·광화문·청계광장과 세종로 공원, 태평로 일대에서 열렸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행사 첫날인 14일 24만여 명을 시작으로 15일 37만 명, 마지막 날인 16일에도 32만여 명이 다녀가는 등 3일간 93만 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아 글로벌 축제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16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김장 나눔 행사는 전통 복장을 한 중국인 관광객(1500여 명)과 자원봉사자 등 2000여 명이 빨간색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을 담그는 장면을 연출했다. 3일 내내 대규모 김장장터가 열린 ‘태평 3일장’에는 폐막을 앞두고 반값 할인, 1+1 이벤트가 열려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주부 이지영 씨(55·서울 목동)는 “아직 김장을 못했는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김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며 “대부분의 김치 제품이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믿음이 더 간다”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 날 하이라이트는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에서 진행된 ‘김치로 달리자’. 참가자 1400여 명이 배추팀, 무팀으로 나뉘어 세종로 한가운데서 배추 5000포기를 서로에게 더 많이 가져다주는 김치 쟁탈 레이스다. 무팀은 각자가 들고 뛰는 방법을, 배추팀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옮겼다. 결국 ‘각개 전투’를 벌인 무팀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양 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배추 5000여 포기는 김치로 담가 승리한 무팀의 이름으로 월드비전을 통해 소외 가정 등에 기부한다. 행사 후 축제 참가자들이 김치와 보쌈을 먹는 ‘보쌈 파티’는 김장 후 동네 주민들과 함께 보쌈을 나눠 먹었던 김장의 의미를 깊게 새겼다.
‘김치로 달리자’에 참여한 미국인 엘리슨 루디 씨(24·여)는 “김장문화제 페이스북을 보고 오게 됐다. 많은 사람이 김치를 함께 먹고 즐길 수 있어 즐거운 경험이 됐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맛있어요”라는 한국말을 되풀이했다.
명인들의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려는 발길도 이어졌다. ‘김치고수의 비밀노트’가 열린 광화문 중앙광장은 선재 스님의 ‘사찰김치’, 김순자 명인의 ‘100년 포기김치’, 유정임 명인의 ‘웰빙 포기김치’, 이하연 명사의 ‘명품총각김치’ 등에는 미처 예약하지 못했지만 강연을 꼭 들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또 고종이 즐겨 먹었다는 ‘배동치미 국수’,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김치 젓국지’, 밀양 박씨 박경중 종가의 ‘반동치미’, 박세당 종가의 ‘보쌈김치’ 등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김치를 선보인 ‘김장, 시간의 지혜’도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종필 서울시 복지건강실장은 “김장문화제는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고 김장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며 “외국인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서울의 관광코스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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