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박형준]강한 일본, 강한 총리, 그 끝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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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도쿄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
도쿄(東京) 특파원으로 지내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여러 번 놀란다.

우선은 그의 골프다. 지난해 신년 연휴 마지막 날인 1월 3일, 골프를 치는 아베 총리의 모습을 TV 뉴스에서 처음 봤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해소했습니다. 내일부터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고위 공직자의 골프가 몹쓸 짓처럼 여겨지고 있는 한국과 대비해 골프장에서 말을 하는 아베 총리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아베 총리는 그 후에도 휴가 때마다 골프를 즐겼다. 대부분 일본인들은 “총리가 휴가 때 골프 치는 정도는 괜찮지 않으냐”고 말했다.

두 번째는 경제다. 지난해 말 다이이치세이메이(第一生命)경제연구소의 한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싸우는 보수파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경제에 집중해 이만큼 성과를 내리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진 것은 일본인들에게도 놀라운 뉴스였다.

세 번째는 열정이다. 아베 총리가 종종걸음으로 걸어가거나 뛰는 모습이 수시로 TV에 비친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사용하다 보니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뛰는 것이다. 항상 근엄한 한국 대통령의 모습에 익숙했기에 아베 총리의 뛰는 모습 또한 무척 신선해 보였다. 그는 저녁식사를 두 번 하는 때도 많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저녁 약속을 두 번 잡고 그때마다 식사를 하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열정이 엿보인다. 5월 15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설명할 때 자신이 직접 지시해 애처로운 표정의 모자(母子) 그림이 담긴 패널을 설치했다. 아베 총리는 혀가 짧아 발음이 부정확한 편이지만 기자회견 때는 자연스럽게 들린다. 비전문가가 봐도 많은 연습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네 번째는 ‘롱런’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초만 해도 잊혀진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그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중국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가 잇달아 터지면서 강경 매파인 아베 의원이 급부상했다. 급기야 그해 12월 총리가 됐다.

돌발 변수로 두 번째 총리에 올랐지만 그는 2007년 9월 건강상 이유를 대며 첫 총리 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었다. 대중적 기반이 약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분명 단명하리라 생각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재 일본 정계는 자민당 1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2016년 여름 참의원 선거 때까지 자민당 수장인 아베 총리의 롱런이 확실시된다.

그런데 그의 롱런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말 국민적 반발이 높았던 특정비밀보호법을 자민당이 국회에서 힘으로 통과시켜 아베 내각 지지도가 곤두박질쳤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좀 더 정중히 설명했어야 했다”고 사과했다. 집단적 자위권도 ‘행사 허용’이라는 결론과 ‘정기 국회 회기 내’라는 시한을 미리 내려놓고 연립 여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또다시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에선 “제2차 세계대전 직전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일반 국민의 정서가 불안하다. ‘위기에 대처한다’는 명분 때문에 법치의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위협’, ‘강한 일본’ 등과 같은 명목 아래 헌법이 무시되고 아베 총리의 명령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의 폭주가 계속된다면 롱런에 대한 놀라움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 같다.

박형준 도쿄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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