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저 안에 계시는데…” 말도 못꺼낸 소방관 아들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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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요양병원 참사]
출동지시 받고보니 아버지 모신 곳… 다른 환자 구조하느라 직접 못챙겨
이송 소식에 안도도 잠시… 주검으로

28일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화재 구조 작업에 투입된 한 소방관이 병실에 있던 아버지를 화염 속에서 끝내 찾지 못한 채 나중에야 주검으로 맞이한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방관 홍모 씨는 화재가 발생한 이날 0시 반경 비번이어서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큰 불길은 6분 만에 잡혔고 20여 분 만에 완전히 진압됐다. 하지만 상당수의 환자가 연기 속에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고립된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치매,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 수십 명을 구조하기 위해 인근 소방서의 가용인력을 총동원하도록 지시했다.

새벽에 소방당국으로부터 화재현장 출동 지시를 받은 홍 씨는 화재 발생 장소가 치매를 앓던 아버지(71)를 모신 요양병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4, 5년 전 치매가 시작된 이후 최근에 증세가 심해져 아버지를 입원시킨 곳이었다. 출동 지령서에 적힌 사고 장소는 아버지의 병실이 있는 별관 2층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사고 현장에 도착한 홍 씨는 치솟는 연기와 유독 가스 속에서 아버지의 행방을 미처 따질 겨를이 없었다. 환자들을 구조하는 사이 홍 씨의 아버지는 다른 경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버지의 이송 소식을 들은 홍 씨는 일순간 안도했지만 구조를 마치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아버지는 숨진 상태였다. 홍 씨는 “현장 상황상 아버지만 찾아다니며 더 큰 피해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며 “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시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원통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소방관들도 완전히 진압이 끝날 때까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마음 아파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홍 씨의 아버지는 원래 사고 병원 본관에 입원했다가 최근 증세가 심해지면 돌아다니는 습관이 생긴 뒤 별관으로 옮겨졌다. 홍 씨의 누나(42)는 “아버지도 어릴 적 할아버지를 잃으시고 외지 생활을 하시다가 고향 순천으로 돌아와 계셨다. 한평생 힘들게 살아오신 아버지의 가는 길까지 이렇게 되니 너무 애통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성=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장성 요양병원#소방관#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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