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아니다” 재난책임 회피 발언… 김장수 問責 결정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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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내각 개편/김장수-남재준 경질]
靑내부 “대통령 지지율 10% 깎아”

‘야전침대 리더십의 자충수.’

22일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경질된 배경엔 자신의 발언이 결정타였다. 김 실장은 지난해 2∼5월 남북 대결 국면에서 무(無)퇴근과 야전침대 숙식의 리더십으로 각광받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개성공단 일방 폐쇄 등 위기가 고조될 때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출범 초기인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부처를 이끌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을 줬다.

문제의 발언은 4월 23일 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반박 과정에서 나왔다. 이날 본보는 “(세월호 재난 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가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가 부정확한 정보를 걸러내지 못하고 대통령의 상황 판단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이 사고 이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안보실은 통일 안보 정보 국방의 컨트롤타워이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가 재난 수습과 무관하다는 책임 회피 발언으로 해석돼 비판이 쇄도했다. 청와대가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한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무지하고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 대변인이 “청와대가 아니라 안보실이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부연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을 담을 수는 없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실장의 발언 때문에 대통령 지지도가 최소한 10%는 깎였다”는 자조까지 나왔다. 자신을 향한 비판을 모면하고자 면피성 발언을 한 김 실장과 부적절한 발언을 그대로 옮긴 민 대변인 모두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또 김 실장의 발언은 1년 전 자신이 말했던 것과도 배치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김 실장은 지난해 4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국가안보실은 안보 재난 국가 핵심 기반시설 분야의 위기 징후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했다”며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김장수 경질#컨트롤타워#대통령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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