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우람한 팔뚝, 우직한 돌부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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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통할 돌직구-슬라이더 진화중”
비밀병기 스플리터도 연마, 실전 사용 가능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새 수호신 오승환(전 삼성)은 프로 입단 뒤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해 온 ‘몸짱’이다. 5일 서울 송파구 선수촌병원에서 만난 오승환이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우람한 팔을 들어 보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일본 프로야구 한신의 새 수호신 오승환(전 삼성)은 프로 입단 뒤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해 온 ‘몸짱’이다. 5일 서울 송파구 선수촌병원에서 만난 오승환이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우람한 팔을 들어 보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마리아노 리베라(44)다.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뉴욕 양키스에서 보낸 그는 19시즌 동안 652세이브를 거뒀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리베라 하면 떠오르는 구종이 컷 패스트볼(커터)이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를 즈음 날카롭게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구종이다. 리베라가 던지는 공의 평균 10개 중 9개가 커터였고 나머지 1개는 직구였다. 타자들은 당연히 커터가 들어올 것을 알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리베라의 결정구가 커터 1개였다면 내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한신 유니폼을 입게 된 ‘끝판대장’ 오승환(31)에게는 2개의 필살기가 있다. 몇몇 전문가는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공이 없어 정교한 타자가 많은 일본 야구에서는 고전할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오승환은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한국에서처럼 직구와 슬라이더 2구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선수촌 병원에서 만난 오승환은 “상황에 따라 한두 개의 변화구를 더 섞을 순 있지만 두 구종으로 승부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 진화한 ‘돌직구’


오승환의 트레이드마크는 ‘돌직구’다. 타자의 눈에는 마치 돌덩어리가 날아오는 것처럼 보여 생긴 별명이다. 삼성 전력분석팀이 올해 측정한 기록에 따르면 구속도 155km까지 나왔다.

오승환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돌직구’ 그립을 보여주었다. 손바닥과 공 사이의 작은 틈이 돌직구를 만드는 비결이다(사진 □1). 그는 또 슬라이더 그립(사진 □2)으로 각도가 큰 슬라이더와 커터처럼 각도는 작지만 날카롭게 떨어지는 빠른 슬라이더를 던진다. 사진 □3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가끔 던지는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 그립.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오승환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돌직구’ 그립을 보여주었다. 손바닥과 공 사이의 작은 틈이 돌직구를 만드는 비결이다(사진 □1). 그는 또 슬라이더 그립(사진 □2)으로 각도가 큰 슬라이더와 커터처럼 각도는 작지만 날카롭게 떨어지는 빠른 슬라이더를 던진다. 사진 □3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가끔 던지는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 그립.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돌직구의 비결은 엄청난 손아귀 힘과 특이한 그립(공을 쥐는 법)에 있다. 오승환은 직구를 던질 때 보통 투수들처럼 손바닥으로 공을 완전히 감싸지 않는다. 손바닥과 공 사이에 작은 간격을 둔다. 또 엄지는 꺾어 밑에서 받친다. 마치 너클볼을 던질 때처럼 공을 찍듯이 잡는다. 이렇게 던지는데 돌덩이처럼 공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악력과 손목 힘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몇 해 전 오승환이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악력 측정을 했는데 당시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보다 더 높은 수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똑같은 150km라도 오승환의 돌직구는 타자들에게 더욱 위력적이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오승환을 상대했던 두산 홍성흔은 “평소보다 가벼운 방망이를 들고 나갔지만 배트 스피드가 공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직구인지 알면서도 삼진을 먹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오승환의 직구는 예년보다 위력이 배가됐다. 정교한 제구가 합쳐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오승환은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만 보고 힘 있게 공을 던졌다. 실투에 가까운 공에도 타자들은 헛스윙하기 일쑤였다. 올해는 마음먹은 곳에 공을 던질 줄 알게 됐다. 오승환은 “우리 팀 타자들에게 어떤 코스의 공에 방망이가 잘 따라 나오는지 물었더니 눈에서 가까운 쪽 공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높은 공을 종종 던졌는데 헛스윙을 잘 이끌어냈다. 직구 제구가 안정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 커터를 닮은 슬라이더

오승환의 슬라이더도 한 단계 진화했다. 예전에는 슬라이더가 130km 후반대였지만 올해는 종종 승부구로 사용한 슬라이더가 140km대 후반까지 빨라졌다. 몇몇 구단에서는 이 공을 커터로 분석하기도 한다.

오승환은 “3년 전 류중일 감독님으로부터 슬라이더를 좀 빠르게 던져 보라는 주문을 받고 꾸준히 연습해 오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전에 썼다. 그립은 슬라이더와 똑같다. 던질 때 힘을 조절해 스피드와 떨어지는 각도를 조절한다”고 했다. 슬라이더를 보통 슬라이더와 커터, 2개의 구종으로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승환은 또 올 시즌 아주 가끔씩 떨어지는 공의 일종인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스플리터)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결정구는 아니지만 스플리터나 커브 등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언제든 경기에 사용할 정도는 된다. 상대 타자나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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