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되려면 시험쳐야 하는 한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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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시절 오승환(31)은 ‘돌부처’로 불렸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으로 경기를 마무리한다고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공교롭게도 오승환이 몸담게 된 일본 프로야구 한신 팬들은 이미 “하느님 부처님 바스님”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바스님은 1983∼1988년 한신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 랜디 바스(59)를 가리키는 말이다. 바스는 1985년 타율 0.350, 54홈런, 134타점을 기록하며 한신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54홈런은 요미우리의 전설 오 사다하루(왕정치·55개)에 이어 단일 시즌 최다 홈런 2위 기록이었다. 시즌 마지막 두 경기에서 요미우리 투수들이 고의사구를 남발한 탓에 최다 기록을 세우진 못했다.

1935년 창단한 한신이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한신 팬들이 바스를 ‘바스 사마(님)’라고 치켜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바스 때문에(?) 저주에 걸렸다고 말하는 팬들도 있다.

일본시리즈 우승 뒤 팬들은 한신 선수하고 닮은 이들을 강에 빠뜨리는 자축 행사를 열었다. 이때 바스를 닮은 인물이 없어 패스트푸드 가게 KFC에서 할아버지 인형(커넬 샌더스)을 가져다 빠뜨렸다. 그 뒤로 28년이 지나도록 한신은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신 팬들은 ‘커넬의 저주’에 걸렸다고 말한다. 한신 구단은 2009년 강바닥에서 이 인형을 찾아 구단 역사박물관에 전시하며 저주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아직까지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신은 올해도 73승 4무 67패(승률 0.521)로 정규 시즌 2위에 올랐지만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3위 히로시마에 2연패를 당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한신 팬들의 열정은 우승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해마다 한국 프로야구 전체 관객의 절반 수준인 300만 명 안팎이 한신 경기를 보러 한신고시엔구장을 찾는다. 2006년부터는 구단에서 ‘한신 팬 자격시험’을 치르는데, 이 시험을 보려는 팬들을 대상으로 예상 문제집을 만들어 파는 출판사도 있다. 이 시험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한신 팬 자격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이 시험을 보려는 독자가 계실지 몰라 예상 문제를 알려드리겠다. 오승환의 한국 프로야구 통산 세이브는 277개, 한 시즌 최다 세이브는 47개, 포스트시즌 통산 세이브는 11개다. 오승환이 내년 시즌 일본 최다 세이브 기록(46개)을 경신하면 한신 팬들은 “하느님 돌부처님 바스님”이라고 말을 바꾸지 않을까.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신 타이거즈#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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