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美국적 포기로 세금 1000억원 낼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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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부 장관후보의 고국 사랑

金후보, 임시 사무실 출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金후보, 임시 사무실 출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7일 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나라’라는 말이었다. ‘한국’이라고 하지 않았다. 18일에도 다르지 않았다. 스스로를 ‘바깥사람’이라고 불렀다. 비록 미국 국적이었지만 마음은 한국에 두고 간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는 “(장관직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니까 모든 것을 처리하고 (미국 시민권을 포기)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 후보자는 한국에 진저리를 낼 법한 삶을 살았다. 다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에게 맡겨졌으나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부권(父權)을 우선시하는 한국의 관행 탓이었다. 미국에 이민 가서도 빈민가에서 가족과 심각한 갈등을 겪으며 자랐다. 그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생활을 “바닥까지 쳤다. 자살까지 고민했다”라고 회고했다.

○ 한국을 바라보다

그런 김 후보자를 일으킨 것은 자신의 집 지하실을 내주며 학업을 이어 가라고 격려해 준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이었다. 한국에서 건너간 인재에게 미국 대학은 장학금을 줬고, 그는 ‘미국 사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미군에 자원 입대했다.

하지만 그는 조국을 잊지 않았다. 1998년 루슨트에 자신이 창업한 회사 유리시스템스를 10억 달러에 매각한 뒤에도 기회가 닿는 대로 한국을 찾아 강연하고 언론 인터뷰도 했다. 벨연구소 사장이던 2009년에는 벨연구소 서울연구소를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광통신기술 관련 업무제휴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자신의 위치에서 한국에 도움이 될 일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한국 투자도 활발히 검토했다. 결과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지만 1997년 한국에 유리코리아라는 법인을 세웠고, 이듬해에는 투자회사인 유리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개인적인 관심도 이어졌다. 2004년 스탠퍼드대에 200만 달러를 기부해 한국학 석좌교수직을 신설했고,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어려움을 겪는 조흥은행에 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의 한반도 핵 관리 정책 ‘페리 프로세스’를 입안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과 막역한 사이다. 군사용 통신기술을 개발한 유리시스템스의 이사로 페리 전 장관을 영입했고 이후에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스탠퍼드대 한국학 석좌교수 자리도 페리 전 장관의 이름을 따 만들었으며 2007년에는 그와 함께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도 했다.

○ ‘미국 국적 포기세’ 낼 수도

김 후보자가 미국 국적을 포기할 경우 미국 정부에 막대한 금액의 ‘국적 포기세(稅)’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고소득자가 탈세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적 포기 시점에 모든 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수천억 원의 재산가로 알려진 그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면 1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김 후보자는 “‘나라를 계속 성장할 수 있게 하겠다’는 당선인의 강한 뜻에 굉장히 감명 받았다”라고 미국 국적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인큐텔 창립에 관여했다”라며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인큐텔 창립 당시 미국 벤처업계의 전문가로서 참여해 이사를 지냈지만 그런 경력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인큐텔은 CIA가 최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운 비영리 목적의 벤처캐피털이다.

[채널A 영상] “직접 만나 본 김종훈 미래부 장관 내정자는…”

김상훈·정지영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sanhkim@donga.com
#김종훈#국적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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