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도 못연 주민투표]靑-홍준표 “25.7%는 내용상 吳시장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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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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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그러면 시민이 졌다는건가… 사과하라”

희비 엇갈린 양당 대표 24일 저녁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최종 투표율이 나온 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투표가 종료된 뒤 기자간담회를 하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왼쪽)와 당사를 나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희비 엇갈린 양당 대표 24일 저녁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최종 투표율이 나온 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투표가 종료된 뒤 기자간담회를 하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왼쪽)와 당사를 나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여야는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최종 투표율이 25.7%로 집계된 것을 놓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공방을 벌였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내용상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시민의 뜻을 무시한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오후 8시 주민투표 종료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방해공작 없이 정상적으로 투표가 진행됐다면 오 시장의 정책이 압도적으로 맞다는 것이 입증됐을 것”이라며 “사실상 오 시장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투표율이 33.3%에 미달해 투표함을 개함(開函)하지 못했지만 투표율 25.7%(유효 투표자 수 215만7744명)는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오 시장의 총유권자 대비 득표율(25.4%, 득표수 208만6127표)보다 7만여 표 많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지방선거의 서울시 한나라당 시의원 당선율도 25.5%(106명 중 27명)로 25%대였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지역에서 268만9162표(33.4%)를 얻었다.

청와대도 “선전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투표율 25.7%는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될 때의 지지율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한 곽 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 17.3%(득표 수 145만9000표)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란 주장이다.

홍 대표와 청와대가 다소 무리한 논리를 꺼내든 것은 주민투표 결과와 오 시장의 예정된 ‘중도하차’가 향후 정국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선 쇄신파를 중심으로 ‘홍 대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오 시장의 독단에 홍 대표가 어정쩡하게 대처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잇따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투표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은 데 대한 원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손을 내밀었으면 투표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친이계 중진은 “이번 투표 결과는 보궐선거와 총선을 넘어 대선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한테도 결국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홍 대표를 향해 “이번 투표가 ‘사실상 오 시장이 이긴 것’이라면 서울시민이 졌다는 뜻이냐”라며 “홍 대표는 오만방자한 언행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오 시장에 대해서도 “엄청난 계층 간 갈등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해 놓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오 시장의 뻔뻔함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즉각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손학규 대표는 주민투표 종료 뒤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투표 결과는 대한민국이 복지사회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보편적 복지’ 기조 강화를 다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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