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스페셜]딜레마는 창조와 혁신의 도약대

  • 동아일보

《 추운 겨울 고슴도치가 체온을 나누기 위해 서로 너무 가까이 가면 가시에 찔린다.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쓴 우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딜레마 상황이다. 딜레마는 대체 가능한 복수의 선택안이 있을 때 어떤 것을 취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에 이르는 상황을 말한다. 인생은 딜레마의 연속이다. 우리 모두는 이 같은 딜레마 상황을 매일 맞닥뜨리며 살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1호(2011년 5월 15일자) ‘마인드 매니지먼트’ 코너에 실린 딜레마 해결 방법론을 요약한다. 》
○ 창조와 혁신 이끄는 딜레마

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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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에 번번이 낙방했던 한 사람이 결혼 문제로 고민했다. 고시 공부를 계속하자면 결혼을 포기해야 했고, 결혼을 하자면 공부를 계속하기 어려웠다. 전형적인 딜레마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결혼과 고시 공부 두 가지를 다 포기하지 않는 제3의 길을 선택했다. 그 동안 공부했던 법률지식으로 수월하게 합격할 수 있는 다른 전문분야 시험을 봐 가족을 부양할 정도의 돈을 벌었다. 그러면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 고시공부를 해 결국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최초로 해당 전문분야 출신의 변호사가 됐다.

이 사례를 통해 필자가 얘기하려는 메시지는 딜레마란 인생을 비탄에 빠뜨리고 황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창조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바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딜레마를 해결한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보통 딜레마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그 상황을 트레이드오프 관점에서 보고 서로 상충되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적과 동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했다. 입장을 분명하게 정하지 않으면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생존에 위협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코피티션(co-petition·협력과 경쟁을 뜻하는 cooperation과 competition을 결합한 조어)이라는 용어도 있듯이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상호 발전을 모색하는 세상이다.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는 둘 이상의 목표를 동시에 잡으려는 노력과 시도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차원의 발전을 이뤄낸다.

○ 딜레마를 뛰어넘어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경영자들은 숱한 딜레마와 마주한다. 변지석 홍익대 교수의 책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경영의 딜레마’에는 숱한 사례가 나온다. ‘경쟁할 것인가, 제휴할 것인가?’ ‘시장을 선도할 것인가, 뒤따라갈 것인가?’ ‘부품을 자체 생산할 것인가, 외부에서 구매할 것인가?’ ‘권한을 위임할 것인가, 통제할 것인가?’….

각각의 선택안은 장점과 한계점을 모두 갖고 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다. 변 교수의 결론은 두 가지다. 첫째, 부단히 변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기법이라도 상황이 바뀌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가장 알맞은 전략을 선택하려는 노력보다 전략의 유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상반되는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은 경영 구루도 이와 비슷한 충고를 한다. 존 스토퍼드와 찰스 바덴 풀러의 기업쇄신에 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성공적인 조직이 되려면 계획적인 동시에 유연해야 하고, 세분하는 동시에 통합해야 하며, 여러 틈새시장을 충족시키면서도 대량판매자의 위치를 잃지 않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조직은 상반되는 개념 중 하나를 고집하기보다 둘을 서로 융화시킬 수 있는 유연성과 통합능력을 길러야 한다. 영국의 경영학자 찰스 핸디는 저서 ‘역설을 넘어서 미래를 이해하기’에서 “기업은 상반된 것들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려 하기보다 그것들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하는 리더와 기업은 딜레마에 빠져 있을 때 트레이드오프의 어느 한 차원을 선택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으려 한다. 오히려 상반되는 두 가지 이상의 차원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성공에 이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딜레마야말로 혁신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딜레마에 빠졌을 때 우리는 괴로워하고 좌절할 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딜레마야말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는 고마운 존재인 셈이다.

아프리카 초원의 초식동물 중 어느 한 종은 풀을 뜯어먹는 행위와 맹수를 감시하는 행동을 동시에 함으로써 생존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찾아낸 방법은 높은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잎사귀를 먹는 것이었다. 땅 위의 풀을 편하게 먹는 것을 포기하고 목을 높이 추켜올리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 때문에 배를 채우면서 맹수를 감시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 그들의 목은 길어졌고 다른 경쟁자들이 먹을 수 없는 높은 곳의 잎사귀까지 먹을 수 있게 됐다. 목이 길어지면서 덩치도 커졌고, 그 결과 어지간한 덩치의 맹수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 주인공은 기린이다.

정현천 SK에너지 상무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1호(2011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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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진화 흐름 포착하는 방법

▼ TRIZ consulting


사진은 1870년대까지만 해도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조지 이스트먼은 여러 장의 사진을 한꺼번에 찍을 수 있도록 셀로판 소재의 롤필름을 제작해 사진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사진 기술은 1990년대 중반 빛을 화학적으로 변환시키는 게 아니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 진보를 통해 디지털카메라 시대로 접어들었다. 소리를 저장하는 방식은 축음기의 기계적 방식에서 CD의 광학적 방식으로 바뀌고, 다시 반도체에 저장하는 MP3 기술로 발전했다. 창조적 문제해결 이론인 TRIZ에서 말하는 기술진화 법칙이다. 서로 다른 기술의 진화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을 포착해 패러다임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GE가 마케팅 강화한 까닭은…

▼ Harvard Business Review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마케팅 조직이 없었다. 뛰어난 기술 역량만으로 매출이 보장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부서는 영업 지원이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로 여겨졌다. 기업 전략을 논의할 때도 뒷전이었다. 그런 GE가 2003년 이후 마케팅 부서의 규모를 2배로 늘렸다. 새로운 마케팅 틀도 마련했다. 마케팅 부서는 이제 성장을 위한 엔진으로 대접받는다. GE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베스 컴스톡 GE 부회장, 스티븐 리궈리 GE 글로벌 마케팅 담당 임원이 란자이 굴라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 GE의 변화를 직접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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